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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Aug 15. 2022

[역사] 흥미로운 주제, 교훈적인 내용

역사 속 장애인은 어떻게 살았을까? 독후감

 칠삭둥이 '뉴턴'과 '한명회'는 미숙아로 태어났지만 당대 최고 천재였다. 칠삭둥이 굉장히 미숙한 상태로 세상에 태어난다. 한명회의 경우, 사람의 형태도 갖추지 못하고 태어났다. 이에 부모조차 포기할 정도다. 그는 한쪽 다리를 저는 장애인이었으나 두 딸이 예종, 성종과 혼인을 하면서 조선의 두 임금의 장인이기도 했다. 그는 단종을 축출하고 수양대군을 왕위로 올리는 '계유정난'의 계획자로 '세조'를 왕으로 만든 최고의 '책사'이기도 했다. 대왕 세종은 시각장애를 갖고 있었다. 그는 조금만 어두워 지면 지팡이가 없인 다니지 못할 정도였다. 선조 또한 극심한 시각장애와 정신질환을 갖고 있었다. '임진왜란' 중 과한 스트레스에 정신질환이 더 깊어져 꾸준하게 왕위를 물리려고 하기도 했다. 숙종도 시각장애를 갖고 있었으며 조선의 마지막 왕인 순종은 '자폐증'이었다. 영조의 아들인 사도세자는 '양극성 장애'로 추측되는데, 항간에는 '사이코패스'라는 설도 있다. 연산군은 '조증'과 '우울증'의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모계 가족력과 관련 문헌을 봤을 때, 그는 '양극성 장애'로 추측된다. 성종실록과 기타 문헌을 보면 연산군의 어머니인 폐비 윤씨는 대비와 후궁 간의 갈등으로 폐위됐다고 알려졌으나 그녀 또한 양극성 장애를 앓았을 가능성이 있다. 기록을 보면 다양한 장애들이 나온다. '간질, 백색증, 샴쌍둥이, 양성인, 백색증, 시각장애, 지체장애, 언어장애, 청각장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애를 가진 이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삶이 고단하고 쉽지 않았겠다 생각이 든다. 한편 고대, 중세 국가의 선진적인 장애 복지 정책에 놀라기도 한다. 시각장애인들은 '명통시'라고 하는 세계최초의 장애인 단체를 결성하기도 했고 명통시는 정기적으로 쌀과 콩을 배급받고 때로는 건물을 하사 받기도 했다. 조선에는 장애를 가진 죄인의 형을 감해주는 제도도 있었다. 사형을 유배형으로 감형하거나, 무고죄를 감해주기도 했고 심지어 살인죄에 대해서 '감형'해 주기도 했다. '역모죄'에도 장애를 가진 이를 연좌하지 말라는 명이 있을 정도다. 그 정도로 조선 사회는 '장애'에 대해 포용적인 사회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장애를 가진 이들은 '정신'과 '신체'를 불문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었다. 관직에서 꽤 높은 직위를 가진 이들 중에도 장애를 가진 이들이 많았는데 그만큼 사회가 '불편한 이들'에게 폐쇄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가 진보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에 의심이 드는 관점이기도 하다.

 마트에 가면 '캔음료'를 볼 수 있다. 캔을 따려고 보면 따개에 점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생각보다 '시각장애'를 위한 우리의 배려가 느껴진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콜라'나 '사이다', '환타'에 모두 같은 점자가 박혀 있다는 것이다. 이 음료 위에는 모두 '음료'라는 점자가 박혀있다. 즉, 시각장애인들이 음료 캔을 집어들고 점자를 만지면서 어떤 음료인지 구분할 수 없다. 시각장애가 아니더라도 음료를 손으로 움켜쥐면 그것이 음료라는 사실쯤은 알 수 있다. '제품명'이 아니라 '음료'라는 글자 외에는 아무런 정보가 없는 것이다. 행정이 '공감' 없이 머물면 발생하는 일이다. 그 밖에 우리 사회에는 '황당한 행정'들이 있다. 가령 장애인 주차구역 옆에 이중 주차를 하거나 잠시 정차를 하면 5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하는데 장애인 주차구역 무단 주차하면 그 과태료가 10만원이다. 남녀구분 없는 '장애인 화장실'은 간혹 바깥쪽에서 마음대로 열리기도 한다. 오래 전에는 장애인 여성화장실을 통유리로 만들어 건물 밖에서 변기가 투명하게 보이도록 설치해 뭇매를 맞기도 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우리 사회는 나눠쓰는 복지 예산의 규모가 점차 커졌다. 비율 뿐만 아니라 경제 규모 만큼이나 절대적 예산도 높아졌다. 다만 경제규모에 맞지 않는 인식의 차이 때문에 아직도 우리는 장애인들과 장애인 가족들에게 편의를 제공하지 못한다. 장애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결여된 상태에서 복지 예산만 늘어난 탓에 사회에서는 괴이한 현상도 일어난다. 가령 장애인 고용에 대한 혜택을 받기 위해 평가 기간에만 단기직 장애인을 고용시키고 퇴사시키는가하면 군대를 가지 않기 위해 지적장애를 연기하거나,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으면 납부해야하는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납부하는 방식으로 장애인을 덜 채용하기도 한다. 장애인증명서를 위조하여 대학에 부정 입학하거나 이를 통해 실제 몸이 불편한 장애인에게 가야 할 복지혜택을 앗아가기도 한다.

 과거에 농촌에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농어가목돈마련 저축'이라는 상품이 출시된 적이 있다. 이 상품은 청년농이나 노후를 준비하는 농촌인들을 위한 상품이었다. 농촌에 줄어드는 청년을 유입하고 비교적 소득이 적은 농어민들을 위해 높은 이자 상품을 만든 것이다. 이 상품은 아이러니하게도 도시에 실거주하고 있는 부유층들이 '위장전입' 꼼수를 통해 용돈벌이 수단 사용됐다. 이 사용으로 상품 이자가 크게 하향 조정됐다. 우리 사회가 '돈'이 아니라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 과도한 '경쟁사회'는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이 정당화 되도록 했다. 목적을 위해 수단 정도가 정당화 되면서, 함께 사는 사회가 아니라 밟고 이겨야 하는 약육강식의 사회가 됐다. 인간은 대게 사회를 형성함으로 약자를 보살피고 반대로 언제든 타인에게 보호 받을 수 있는 신뢰를 바탕으로 발전을 이룩했다. 20대의 청년이 40년 뒤에는 다음 20대에게 국방을 도움 받는 시대를 보장 받는다. 2~30대는 4~50대에 의해 경제적, 문화적 성장을 지원받고 4~50대는 2~30대에 의해 은퇴 이후의 삶을 보장 받아야 한다. 이런 암묵적인 규칙은 사회를 지탱하게 만든다. 남성과 여성은 서로 '혼인'이라는 제도를 통해 '아이'를 양육하고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어린이와 학생은 부모로부터 무조건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신뢰를 통해 사회가 단단하게 결집하다. 2020년이 조금 더 지난 시대에는 '세대갈등'과 '젠더갈등'이 이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깨질 정도의 경쟁사회에서 2~30대는 4~50대와도 경쟁하고, 남성은 여성과도 경쟁한다. 서로 보호하고 사랑해야 할 '생물학적 시스템'이 무너질 정도의 과도화 된 사회 경쟁을 통해 고통 받는 것은 장애인 뿐만아니라 비장애인도 마찬가지다. 상대가 쓰러져야 올라설 수 있는 사회구조는 안타깝게도 빠르게 수정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군입대를 하면 '꼬인군번'과 '풀린군번'이 존재한다. 입대해보니 내가 입대한 내무실에는 총 60명 중에 병장이 40명이었다. 6개월이 지나자, 그 모든 병장들이 전역을 해버렸고 흔히 말하는 풀린 군번으로 군생활을 시작했다. 만 1년 후에 자대로 들어 온 병사들은 거꾸로 꼬인군번이었다. 입대를 해보니 맞선임이 2~30명이다. 사실 이런 '인구구조'에 의해 발생한 시스템은 '시간'이 약이다. 현재보다 더 공감능력있는 과거의 중세 국가의 모습을 살피며 현대 사회의 문제가 다음 세대에 해결되기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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