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촌스럽다'는 말의 정의가 달라질 지도 모른다

by 오인환


모든 일을 농사처럼 해야 된다. 당장 물이 들어오는 곳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아마 그 물을 맞이 하기 위해서 먼저 온 다른 이들의 뒤에 줄을 서야 할 것이다. 앞으로 '농업이 미래다' 확실하게 생각한다. 기회라면 얼마든지 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도시에서의 생활이나 멋진 현대식 삶은 언제든지 가질 수 있다. 나는 제주 서귀포에 남기로 했다. 나와 같은 고등학교를 다녀온 많은 친구들이 대학을 졸업함과 동시에 도시로 몰려 갔다. 대부분이 서울로 들어갔다. 나와 함께 유학을 했던 사람들 중, 농촌에 거주하는 사람은 내가 거의 유일하다. 앞으로 농촌이 대세가 딜 것이다.



1970년 대 우리나라를 뚫고 지나갔던 키워드는 '산업화'이다. 농촌의 잉여 인력을 도심으로 불러들여 중공업과 서비스업을 발전시켜 농업보다 고부가가치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을 국가가 장려했다. 그 덕분에 '경공업' 중심의 공업 국가가 중공업 중심의 제조업 국가로 발전했고 지금은 한류나 IT를 앞세운 지식, 콘텐츠 산업 국가로 성장 중이다. 가난한 어머니들이 머리를 밀고 가발 공장에 모발을 판매하던 시기에서 자동차와 선박을 직접 제조하고 판매하는 산업으로의 변화는 아주 빠른 시간에 이뤄졌다. 다시 자동차와 선박을 직접 제조하던 사회에서 반도체를 양산하고 한류 등 문화콘텐츠 산업의 규모가 커진 것도 아주 빠르게 일어났다.



1970년 대략적인 공업 국가의 기틀이 잡혔던 대한민국에 '새마을 운동'이라는 키워드가 있었다. 농업과 도심과의 소득격차가 극심해지자, 이에 대해 국가 주도로 농촌 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친된 정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한민국에서 농업의 입지는 매우 낮은 편이다. 이는 위기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이제 농업에 발을 들이는 많은 신생 농업인들에게는 기회일 수도 있다.


실제 매년 경지면적별 농가 비율은 꾸준하게 줄어들고 있다. 그것도 아주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다. 농업을 천하게 생각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농업을 기피하기 시작했다. 이런 일은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3D라고 치부되는 농업이 기피 산업이 된 것에는 산업구조와 사회분위기도 한 몫한다. TV에 나오는 멋들어진 현대인들에 비교해 우스꽝스럽게 그려지는 농촌의 이미지는 현대 대한민국의 사회를 반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앞으로도 농업이 그렇게 우스운 산업으로 그려질까?

나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불과 몇 세대만 올라가도 우리는 '조선'이라는 왕조시대를 살고 있었다. 조선왕조에서는 개인이 '무역'을 하는 것은 엄격하게 금했다. 그 이유는 그 시대를 반영한다. 조선은 정부가 모든 경제를 통제하던 시기이다. 국가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생산물은 '왕조'의 자산이었다. 그런 이유로 상업행위는 당연히 조정의 허락을 받아서야 만 가능했다. 보부상이나 시전 상인들 역시 조선 조정의 허가를 받아 활동해야 했다.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허준'에서 '허준'은 서자로 태어나고 그 열등감에 온갖 일탈을 일삼는다. 실제의 허준도, 드라마의 허준도 젊은 시절 불법 무역을 했다. 불법무역은 지금으로 치자면 장려해야 할 수출, 수입의 일종이었다. 하지만 이런 무역이 불법인 사회에서 무역을 포함하여 어떤 상업도 발달하기 힘들다. 조선 후기에는 금난전권을 폐지할 만큼 급속하게 상업이 발달하기 시작했는데 그 전 까지만 하더라도, 상업행위는 국가의 좀을 먹는 악의 행위라고 여겨졌다. 그 이유는 상업이란 어떤 생산적인 활동도 국가에 주지 못한다고 믿는 분위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랬다. 농업이 기틀인 국가는 고대와 중세 국가에서 강국들이었다. 식량은 고대와 중세 국가에서 군대를 움직일 수 있는 원료와 같았다. 거의 모든 산업의 기본이 '인력'에 의해 의지해야 하는 사회구조 속에서 조선은 당연히 '농업 장려'를 진흥해야 했다. 아무런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 상인이 한 마지기 쌀을 벌기 위해 노력하는 농업인에 비해 더 쉽고 많은 돈을 벌어버린다면, 사회 분위기는 농업보다 상업을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그저 값싸게 사서 이윤을 남기고 파는 행위가 국가의 기본 산업이 된다면 당연히 국가의 안보부터 위험을 받는다. 이는 현대의 다단계나 폰지 사기와 같이 결국은 아무런 생산활동도 하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만 발생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식량은 국가를 움직이는 기본 연료의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 '인력'은 '기계'에 의해 대체되었고, 기계는 '쌀'이 아닌 '석유'를 필요로 한다. 그렇게 '석유'가 국력의 근본이 되는 시대를 지나 이제, 우리 모두 '데이터'가 국가의 기본이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쌀에서 석유로, 석유에서 데이터로, 이렇게 국력의 기반이 옮겨 오는 동안, 농업은 그 자리를 계속 지켜서고 있었다. 그럼 앞으로 데이터의 세상에 농업의 위치는 어떻게 변화할까?

나는 농업이 대한민국 산업의 주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서도 안된다. 하지만 농업이 중요한 이유는 '기업형 농업'이 대한민국 산업의 축이 될 것이라고 강하게 믿는다. 아래 그래프는 1949년도 이후부터 반 세기 동안 우리나라의 농가 인구 추이이다. 1949년 1,500만 명이던 농가 인구는 1970년대 산업화가 되면서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제조업 위주 국가 모델이 완성이 되던 1990년에는 이미 1만 명에 불과하고 지식정보사회로 분류되는 2000년대 후반에는 이미 800만 명 수준으로 떨어진다. 1950년대 대한민국 인구는 1,921만 명이다. 반세기 동안 인구는 2.5배가 늘었는데 농업인 인구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과연 굶고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자급자족이 가능하던 사회에서 이제는 다른 국가로부터 식량을 의존하는 사회로 급격하게 바뀌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밀수입과 관련해 호주, 미국, 중국 등 주요 곡물 수출국 의존도가 90%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식량 비축분 대비 수입 의존도 비율은 세계 3위 수준으로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2014년 12월 12일 한국, 호주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었다.

해당 연도 기준으로 호주는 한국에 24억 달러, 우리 돈으로 2조 5천억에 가까운 농산물을 수출했다. 또한 당시 체결 FTA 체결 이후 2030년까지 농산물의 한국 수출이 73%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타국에 식량을 의존해도 괜찮은 것일까?


앞으로는 적은 농업인이 많은 부양인구를 먹여 살리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엄청난 투자액이 몰려있는 기업형 인구가 적인 인력으로 수많은 부양인구가 먹을 식량을 생산해 내어야 할 것이다.

역사적 문제가 국가 간의 경제에 영향을 미쳤던 기억이 있다. 바로 2019년 한일 무역 분쟁이 그렇다. 우리는 우리가 생상 하지 않던 리지스트와 에칭 가스, 플루 오드 폴리이미드의 수입 의존도가 90% 이상인 국가였다. 이런 산업의 의존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으면 이는 무기화할 수 있다. 국가 간 협상의 무기로 작용할 때, 일본이 생각하기에 가장 큰 무기는 대한민국 주요 산업인 반도체 주요 소재였다. 반도체 수출품을 수출 제한하면서 타 국가의 산업 경제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무역전쟁은 규모가 더 큰 미국과 중국 사이에도 존재했다. 한국과 일본 간에는 '식량' 즉, '농업생산물'이 미치는 영향이 극미했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은 매우 다르다.


미국의 대 중국 수출품 2위는 반도체나 산업용 기기가 아니다. '대두'이다. 대두는 콩을 이야기한다. 콩과 옥수수는 사람이 먹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는 가축을 위해서이다. 사람은 가축을 먹는다. 즉, '대두'를 쥐고 있다는 것은 그 국가의 식량을 쥐고 있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핸드폰이나 석유가 하루아침에 사용 금지되면 우리는 불편하기 힘들겠지만 꾸준하게 생존은 가능하다. 하지만 만약 식량을 금지한다면 1년 뒤 대한민국 인구는 얼마나 줄어 있을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이는 식량을 무기화한다는 것은 어느 대도시 하나쯤에 핵폭탄 하나를 떨어뜨리는 것보다 더 큰 파괴력을 지닌 무기이다. 우리의 산업 규모가 커졌다.

우리가 상대를 향해 쥐고 있는 무기 즉, 주요 산업 물품들은 '반도체'와 '철강', '문화콘텐츠' 산업들이다. 상대에게 쥐여주고 있는 무기는 '식량이다. 세계가 극단이 상황이 되었을 때, 우리가 쥐고 있는 무기가 상대에 비해 얼마나 더 날카로운지 따져봐야 한다. 우리가 상대의 목에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미는 것은 나중 문제이다. 일단 우리는 우리 목에 들어올 칼날부터 없애고 봐야 한다. 우리의 무기인 여러 가지 산업들과 앞으로 형성될 농업이 만나면 우리의 무기는 더욱 강한 무기이자 우리를 보호하는 안전망이 될 것이다.


글로벌 스마트 농업 및 어그 테크 관련 투자 추위이다. 투자건수는 2019년 살짝 줄어들어 보이지만, 투자액만 보자면 벌써 10년 만에 3.5개나 성장했다. 현재 농업인들이 모든 이런 혜택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앞서 말한 대로 개개인의 농업인이 아닌, 투자를 바탕으로 설립된 기업형 농업이 대한민국의 미래가 될 것이다. 우리는 '삼성'과 '애플'처럼 우리 고유의 거대 농업회사를 소유하는 날이 곧 올지도 모른다. 앞으로 선진국들의 인구는 계속 줄어들어 가겠지만, 우리 밖 개발도상국의 인구는 꾸준히 늘어 앞으로 30년 뒤에는 세계 인구 100억이 될 것이다. 우리는 적은 노동력을 통해 많은 생산물을 생산하여 세계로 수출하는 세계적 농업 국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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