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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Oct 05. 2022

[계발] 나만 알고 싶다_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자기계발서나 자서전에는 함정이 있다. 판단하는 자가 한 명이라는 사실이다. 쉽게 자서전이 그렇다. 814만 분의 1의 확률이라는 로또를 예로 들어보자.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은 814만 분의 1의 확률이지만 1등 당첨자에게 묻는다면, 당첨될 확률은 100%일 것이다. 모두는 814만의 다른 실패자들보다 성공한 1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나 자서전은 자신이 선택한 '성공 판타지'에 불과하다. 삼성 이병철 회장이나 현대 정주영 회장에게 성공하는 법을 묻는다면 그들은 자신의 노하우를 말할 것이다. 노하우는 놀라울 테고 실제로 그들은 그 방법을 통해 100% 성공했다. 그것에는 반드시 함정이 있다. 성공한 이의 단편적인 이야기만 편집적으로 듣는 것은 전체를 간과할 가능성이 크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사실'보다 '감정' 혹은 '도덕'의 영역에 더 영향을 받는다. 가령 '외모보다 마음이 중요하다.'거나 '술보다 독서가 행복을 증진시킨다'거나, '학력과 지능은 유전자와 무관하다'라고 주장하고 싶어한다.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 등이 그렇다. 다만 이것은 다 틀렸다. 실제 이성에게 선택받기 위해서 마음보다 외모가 중요했고, 독서보다 술이 행복을 증진시키며, 학력과 지능은 유전자와 깊은 관련있다. 이것은 데이터가 말하는 사실이다. 이 사실에 상당수는 불쾌함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불쾌함을 주지 않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존재할 뿐이다. 불쾌한 감정을 갖는다고 해도 그것이 우리를 위해 변해주지 않을 것은 확실하다. '데이터'는 '도덕'과 '감정'을 배제한다. 다수의 정보를 취합하고 사실만 말한다. 



 부모의 학력과 직업, 소득은 자녀의 학력에 영향을 끼칠까. 이 물음에 다수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라는 대답을 원한다. 다만 부모의 능력은 자녀에게 거의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서울대 재학생 76%의 부모는 월소득이 922만원 이상이었다. 정시를 통해 서울대에 입학한 학생의 78%가 수도권 출신이고 합격생 중 무려 36%가 강남 8학군 지역 학생이었다. 숫자가 말하는 '사실'을 기반으로 할 때,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부모의 영향력'은 무지막지하게 제한적이다. 서로 다른 부모에게 입양된 일란성 쌍둥이를 조사한 결과 이들은 각자 다른 환경과 부모의 영향력 밑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직업과 취향, 소득 등이 거의 같았다. '육아 서적'을 보면 어떻게 자녀를 교육했는지 알리는 방법론이 많지만, 부모가 자녀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고 실제로는 태어나면서 갖고 있는 본성에 영향을 더 끼친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사' 정도다. 부모의 육아방침이나 철학보다 중요한 것은 '어느 동네'에 거주하는가다. 실제로 고소득, 고학력자가 넘쳐나는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데이터는 말한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신의 힘으로 고칠 수 없는 불가항력적 고민에 머리를 싸매고 에너지를 사용하지만 실제로 아이의 미래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 4년제 나온 옆집 아줌마일 가능성이 크다. 그밖에 몸에 벌레가 기어가 듯, 끔찍한 사실들은 숫자로 보여준다. 실제 170cm의 남성이 여성에게 매력을 느끼기 위해선 190cm의 남성보다 연소득이 3억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사다. 실제로 미국에 거주하는 아시아 남성은 고소득인 경우가 많지만 다양한 인종의 여성들에게 가장 인기가 없다. 



 '사실'이라는 것은 '진실'과 다르며 그것에 '가치가 있다거나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냥 사실일 뿐이다. 태양은 내가 싫다고 해서 빨리 떨어져 주지 않는다. 그것은 그냥 떠 있을 뿐이다. 누군가는 '객관적 사실'에 불쾌함을 갖고 그것을 인정하지 않거나, '다른 의미'를 찾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다수의 정보가 말하는 사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데이터는 편견에서 자유롭다. 흥미로운 결과는 더 있다. 바로 '예술가'와 '작가'에 대한 관점이다. 사람들은 예술가와 작가가 가난하고 불안한 직업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다만 의외로 예술가와 작가는 풍요로운 고소득인 경우가 많다. 사실 이들은 다른 조사에 따르면 직업 만족도가 가장 높은 직업이기도 하다. 물론 조사에 포함되지 않는 많은 예술가와 작가가 숨어져 있지만 어쨌건 우리의 편견과 다른 부분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부를 얻기 위해 사업과 취업 중 무엇이 맞냐는 질문에는 '사업'이 더 적합하다. 사업 중에서도 지루한 사업이 더 부자가 되기 적합하다. 가령 부동산이나 자동차 판매, 금융투자, 작가와 같은 분야에 종사할수록 부자가 될 확률이 높다. 대부분의 성공한 사업가들은 어린 나이에 창업하여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실제 대부분의 사업가들은 40대에서 60대 쯤에 창업한 이들이 우량기업을 만들어낼 확률이 높다. '남의 밑에서 일하기 싫다'고 창업하는 이들에 비해 실제로 창업 후 성공한 이들은 사회생활에 잘 적응해가는 편이 많으며 대부분 천재적인 선택보다는 무식할 정도의 다작을 하는 경우가 많다. 세스 스티븐슨 다비도위츠는 '모두 거짓말을 한다'의 저자다. 전작은 사람들에 의해 다양한 데이터 베이스를 남겼다. 사람들은 전작에서 수많은 밑줄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수집했는데, 이 정보를 바탕으로 다수가 판단한 '자기계발서'를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전편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이유라고 본다. 여러가지 일이 오고가는 과도기에 너무 적절한 시기에 만난 행운과 같은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두고 두고 읽어 볼 필요가 반드시 있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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