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는 말했다.
"It's so 더워, today"
해외에서 함께 일하던 이들은 교포였다. 둘은 대화할 때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 말했다. 놀랍게도 몇 가지 단어만 한국어로 말해도 웬만한 말은 명확하게 들린다. 다시 말하지만 명.확, 또.렷하게 들린다.
하나의 예시를 들어보자
"A stockpile of sandbags was being prepared."
이 문장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지만 시작하는 첫 명사인 'stockpile' 때문에 애초에 사람들은 겁이 나 다음 문장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이제 다음 문장을 살펴보자
"비축물 of sandbags was 준비됐어"
이 문장에서 'Stockpile'과 "being prepared"만 국어로 바꾸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다수는 이 글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단번에 파악한다.
"I'm so 두려워 that we should 미루기 our 약속."
이 문장도 다르지 않다. 10년을 배워도 외국인과 한마디 못하는 이유는 영어를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익숙하지 않았을 뿐이다. 영어는 스케이팅을 하거나 외발자전거를 하는 것처럼 몸에 익어야 한다. 김치찌개를 손쉽게 끓이는 이에게 '레시피'를 적어보라고 한다면 십중팔구 이렇게 말할 것이다.
"대략 적당히 간 보면서..."
그것은 그들이 정확한 정량과 계량을 하여 요리를 하고 있지 않는 것을 말한다. 다만 그들이 초보에게 김치찌개를 끓이는 법을 알려 줄 때는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다.
'배추김치 300g과 삼겹살 200g, 양파 100g, 다진 마늘 1.5 큰 술, 김치 국물 50ml 쌀뜨물 2컵 등등'
이것은 틀림없이 맛있는 김치찌개를 만드는 방법이고 가르치는 이가 사용하는 레시피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김치째기를 끓일 수 있는 이유는 완성품에 대한 균형적인 이해 때문이지, 완벽한 계량과 정량을 지켰기 때문이 아니다.
'수동태, 완전타동사, 주격 관계대명사, 주격 보어'
문법이라고 부르는 용어들은 영어를 구성하고 해부할 때 사용하는 재료이지만 그것을 암기하는 것이 영어를 잘하는 요령은 아니다. 요리 잘 하는 사람이 초보에게 말하지 않는 진짜 속마음은 사실상 '감'이다.
요리는 감이다. 라면 봉지에 정확한 레시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대중으로 물을 뜨고 대충 물이 끓을 즘 면과 수프를 넣는다. 휘휘 젓다가 어느 정도 면이 흐믈 흐물흐물해지면 불을 끄고 김치와 함께 먹는다. 초 시계와 스톱워치는 초기 단계에는 필요하지만 결국에는 완성된 상태를 이해하고 그것으로 나아가겠다는 방향만 있다면 몇 번의 물 계량 실수를 하고 덜 익은 면을 몇 차례 먹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제대로 완성된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이다. 정확한 법칙과 숫자에 얽매이면 결국은 나무를 보느라 숲을 놓친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나는 같은 부분을 몇 차례 지우고 다시 쓰고를 반복했다. 어떤 단어는 기억이 나지 않아서 네이버에 검색해 보기도 했다. 어색하거나 틀린 문법이 존재하기도 하고 상황에 맞지 않는 어휘 선택도 더러 있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영어'라고 있는 현상이 아니다. 어떤 유명한 영어 강사가 유난스러운 학부모에게 말했다. 학부모는 자신이 수백, 수천의 사교육을 했음에도 해외여행 도중 식당에서 음식 주문할 때, 말 한마디 못하는 아들이 한스럽다고 했다. 강사는 말했다.
"어머니, 혹시 학생이 한국에서 스스로 음식 주문을 하나요?"
상대는 당황했다. 그렇다.
"영어로 자기소개를 하기 힘들어요"
라고 하는 사람 중 십중팔구는 한국어로도 자기소개를 준비해 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영어가 기억에 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 상황 자체를 처음 맞이 한 경우가 상당하다. 어학연수를 가면 다수의 한국 연수생들은 영어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그들의 영어 일기는 역시나 형편없지만, 그들은 아무리 해도 영어가 늘지 않는다고 한탄한다. 한국어로 일기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글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서툰 경우가 많다. 말을 잘하는 초등학생들에게 일기를 쓰라고 한다면 대부분 생각도 하지 않고 시작하는 단어가 있다.
"나는 오늘..."
마치 공식처럼 정해진 듯하다. 말로는 유창하게 자신을 표현하면서 글로 쓰라고 하면 갑자기 경직되더니 난데없이 고장 난 번역기처럼 딱딱한 단어를 나열한다. 글도 말처럼 쓰면 된다. 한국어로조차 서툰 이들은 당연히 외국어로도 서툴다. 나 또한 해외에서 말이 잘 트지 않는 것에 답답했던 적 있다. 유창하고 빠르게 영어를 말하는 누군가를 보며 부러웠던 적도 있다. 어느 날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모국어로도 그렇게 유창하게 말하지 않으며 한국어를 말할 때조차, 느리게 말하는 편이다.
영어를 잘 하는 방법이라는 전제는 잘못됐다. 읽는 법, 쓰는 법, 말하는 법, 듣는 법이 모두 다르며, 영어 이전에 읽고, 쓰고, 말하고, 듣는 언어 능력이 수월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다음 중요한 것은 상대 나라가 사용하는 어순을 몸에 익힌다. 그 뒤에 자리에 외운 단어만 끼워 두면 된다. 우리말도 기억이 나지 않아, "그.. 뭐지?... 있잖아.. 저번에..."라고 더듬는 판국에 유창하게 더듬지 않고 외국어를 떠들 수 있는 건 없다. 교포가 됐다고 생각하고 영어 3형식의 순서로 생각하고 말하는 연습을 해보자. 반드시 단어가 영어일 필요는 없다. 어순만 연습하자.
1. 은/는/이/가
2. 했다/이다/였다
3. ~을/~를
새는. 날았다. 하늘을
친구는. 먹었다. 저녁식사를
나는. 마쳤다. 학교를
그 뒤에 해당 단어만 영어로 바꾸면 된다. 우리가 영어가 불쑥 튀어나오지 않은 이유는 영어를 모르기 때문이 아니다. 원어민들은 중학교 필수 영단어 수준으로만 일상회화를 한다. 고로 영어 단어 보다 중요한 것은 어순이 익숙해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