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책을 읽었다. 아무도 관심이 없을 거 같은 '어류'에 철학과 역사가 담겨져 있다. 책은 '어류' 혹은 '물고기'가 분류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누군가 인생을 쏟았던 대상에 대해 약간의 호기심이 생겼다. 영어로 피쉬(Fishi)라는 대상에 우리는 '물고기'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얼마나 인간 중심적인 단어일까. 이들의 존재가 그저 물에사는 '고기'라니... 차라리 생선(生鮮)이라는 표현이 조금 덜 야만적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생선의 의미는 식탁위 조리 된 물고기가 아니라 '살아 있는', '아름다움'의 두 단어의 조합이다. 어쨌건 Fish를 대체할 순 우리말을 대체할 단어가 '물고기' 밖에 없다는 사실에서 키우고자 하는 대상에 '고기'라는 명사를 붙이기 껄끄럽긴 하다. 몇 일 전, 한 카페에서 열대어 몇 마리를 봤다. 파란 조명이 씌워진 어항 속에 열대어가 살고 있었다. 아이들은 이것을 보고 말했다.
"어? 물고기다."
아이들이 뱉은 말이지만 어딘가 야만적이다. 주문한 샌드위치를 뒤로 하고 한참을 물고기를 관찰하던 다율이가 물고기를 사고 싶다고 조른다. 샌드위치 가게에서는 '물고기'를 판매하지 않는다고 일러주자, 그 자리에서 한참을 운다.
"내일 아빠랑 물고기 사러가자."
카페 사장님께 여쭤 봤더니 제주시에 있는 '월드피쉬'라는 곳이 제주에서 가장 큰 곳이라고 한다.
'월드피쉬.. 월드피쉬..'
검색을 했더니 블로그를 통해 방문 후기가 있었다. '친절한 여사장 님'이 운영하는 곳이라는 후기가 가장 많이 눈에 띄었다. 사장 님이 어떤 분이신지 모르겠지만, 일괄적으로 올라와 있는 사장님의 칭찬에 흥미로웠다. 눈을 뜨자마자 하율이와 다율이는 '물고기'를 사러가자고 조른다. 아침 7시에 사람들은 일을 하지 않는다고 일러줬다. 아직 시간을 배우지 않은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언제나 그 사람들은 그곳에 있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대충 씻고 준비한다. 아이들이 10분 단위로 '월드피쉬'가 문을 열었는지 묻는다.
'아이고. 힘들다. 그래 일단 출발하자.'
아이들은 이미 8시 전부터 옷을 갈아 입기 시작했다.
"아빠! 오늘 추운날이야? 더운 날이야?"
아이들에게 오늘은 더운 날이라고 알려줬다. 짧은 팔을 입은 아빠를 따라 아이들도 짧은 팔을 입었다.
아침 8시, 이곳 저곳을 돌며 시간을 떼운다.
11시, 차량 내비게이션에 '월드피시'를 찍는다. 대략 서귀포 남원에서는 1시간이 걸린다. 위치는 '신제주' 부근이다. 출발한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더니, 도착할 때 쯤 기온이 14도다. 따뜻한 차량에서 나와 조금 걸었다. 냉냉한 기운이 살갖을 파고 들었다. 아이들이 오돌오돌 떨었다. 아이들과 들어가기 전, 현관 사진을 찍으려는데 차량 한대가 문 앞에 서 있다. 손님인가 싶었는데 차량에서 '잠시 배송 다녀 올 예정'이라고 하셨다.' 한 시간 뒤에 돌아오신다고 하신다. 아이들이 오돌오돌 떨었지만 시간을 보니 정확히 점심시간이다. 사장 님도, 아이들도 식사를 할 때라고 생각했다. 잘됐다하고 한시간 뒤에 돌아오기로 했다. 눈앞에서 물고기를 보지 못한 다율이와 하율이가 한참을 문 앞에서 울었다.
쌍둥이 녀석을 양팔로 앉고 차까지 뛰어간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마트쇼핑'을 가자고 했다. 사용하는 데스크탑이 고장나서 이마트에서 '애플 맥미니'를 구입할까, 여겼다. 마트를 들어가고 한참을 시간을 떼운다. 대략 2시간 정도 구경한다. 신제주 이마트 전자 매장에는 '맥미니 재고'가 없었다. 삼성에서 애플로 OS를 바꿔보고 싶었던 참이었는데 바꾸지 못하고 꽤 값 나가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구매하고 돌아온다. 물고기 사러 갔다가 이마트에서 40만원 짜리 키보드와 마우스를 샀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시간을 다시 보니 2시가 넘었다. 아이들 밥도 먹이지 않고 돌아다녔다는 생각이 든다. 신제주 근처에 맛집을 알지 못한다. 고로 자주 방문하던 빕스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빕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니, 내부 공사 중이다. 주변을 살피니 옆 건물 9층에 '빕스 프리미엄'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들어가는 입구를 한참 헤매다가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빗방울이 굵게 쏟아진다.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배고프다는 말을 하지 않는 아이들의 입에서 '배고프다'라는 말이 나온다.
"그래, 들어가면 많이 먹자."
쉬는 날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았다. 아이들과 간단하게 식사를 했다. 와인과 맥주가 무료였지만 오렌지 주스만 몇 잔 마셨다. 아이들이 많이 먹지 못한다. 아이들이 먹을 음식을 몇 번 가져오고, 그 자리에 앉아 음료 약간에 연어 몇 점 먹으니, 더 이상 입맛이 없다. 디저트나 몇 점 먹고 나왔다.
다시 찾은 '피시월드' 사장님은 수조관에서 넘친 물을 정리하고 계셨다. 잠시 둘러봤다.
"아이들이 처음 물고기를 키워보는데, 필요한 걸 다 가지고 갈께요."
꽤 넓은 매장이었지만 사장님은 혼자 일하는 듯 보였다. 분주하게 청소하시다가 간단한 설명을 해주신다. 아이들은 열대어와 금붕어를 지켜본다.
예전에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제브라피쉬'라는 믈고기를 길렀던 적 있다. 멸치보다 통통하게 생긴 녀석인데 이 또한 작연 열대어다. 이 물고기는 증식이 빠른 편이고 사람과 유전적인 조건이 비슷해서 연구에 주로 쓰인다. 얼룩말처럼 줄무늬가 들어있는 이 물고기는 아주 쪼그만하다.
어린시절 친구들과 동네에 있는 냇가에 앉아, '올챙이'를 잡던 기억이 또 오른다. 손을 동그랗게 오므리면 그 작은 생명이 손바닥 가운데를 간질이며 움직인다. 제브라피쉬도 그랬다. 생명이 느껴진다. 아이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으면 했다.
사장님이 말씀하시기에 열대어는 금붕어에 비해서 수명도 작고 키우기도 어렵다고 하셨다. 아이들이 키우기에는 '금붕어'가 좋다고 하신다. 개인적으로 조그맣고 예쁜 열대어를 키우고 싶었지만, 얼마 전 이미 죽어버린 햄스터를 바라보던 하율이의 눈빛이 떠올라 금붕어로 선택하기로 했다. 관상용 물고기들은 '자연환경'과 무관하게 인간의 눈에 보기 좋기 위해 유전 조작된다. 어떤 이들은 야생에 생존하고 있는 동물들을 잡아다 가둬 놓는 '동물원'의 야만을 비판하기도 한다. 아직 결정 내리지 못한 내 철학에 따르면 동물원과 관상용 물고기는 아이에게 필요하다고 봤다. 그 존재조차 모르고 자라는 것 보다는 그것을 보고 깨닫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아이에게 금붕어 두 마리를 구매해 줬다. 긍붕어는 꽤 생존력이 있어서 오래 산다. 다만 처음 환경이 바뀌었을 때는 바로 수돗물에 넣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수돗물을 받아놓고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 한 뒤에 넣어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함께 주신 약에는 박테리아 활성제와 수질개선제, 물갈이제가 있었다. 처음 어항에 물을 받을 때만 뚜껑으로 1.5를 넣고 그 뒤론 한 달에 한 번만 한뚜껑 넣으라고 하신다. 금붕어 먹이는 3~4알 정도 주면 되고, 처음 하루 이틀은 어차피 줘도 먹지 않는다니 이틀은 굶기고 주라고 한다.
일체형 어항에는 히터와 조명을 비롯해 몇가지 기구가 들어갔다. 물청소는 한달에 한 번 정도만 하고 일주일에 한번 필터만 교환하면 된단다. 초등학교 '슬기로운 생활'에서 배우길, 일주일에 한번 어항을 갈아 엎는 대규모 청소를 해야 한다고 들은것 같은데, 걱정을 크게 하고 가서 그런지 만족하고 돌아왔다. 다른 블로거들의 글처럼 사장님은 끝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챙겨주셨다.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아이와 나 모두가 만족하는 생일 선물을 찾게 되어 기쁘다.
제주 제주시 일주서로 7872
064-743-6510
월드피쉬 수족관
<내돈내산> 아이들 생일 선물 구매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