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 고소했던 건의 결과가 나왔다. 구약식 처분 벌금 100만원.
구약식이란 약식명령을 청구했다는 뜻이다. 공판 절차없이 서면으로 벌금 처분이 나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욕죄는 중죄에 해당하지 않기에 서면심리로 진행하여 벌금을 낸다. 벌금을 내면 '전과'에 속한다. 합의할 마음은 없었다. 마지막 담당 수사관이 전화가 왔을 때, 상대쪽이 원하면 이야기 해보겠다고 했다. 상대는 연락이 되질 않았다. 결국 구약식으로 이렇게 끝이 났다. 온라인에서도 이야기 했던 것처럼 합의를 할 생각은 없었다. 한다고 해도 합의금은 기부할 생각이었다. 상대와 내가 모두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비난하는 일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한다. 누군가를 욕하는 일은 꽤 신나는 일이다. 사람들은 뒷담화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상대와 한편이 되는 일이다. 불안을 느끼는 사람 일수록 자신의 편을 찾는다. 지지자를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게 인간은 표면적으로는 의지하지만 내면적으로 경계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지지자를 찾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꾸준하게 자신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고, 에너지가 들어가는 사교활동도 해야한다. 여러 과정의 결과로 신임을 쌓으면 기어코 '지지자'가 생성된다. 다만 가장 빠르고 쉽게 '지지자'를 얻는 방법도 있다. 바로 '뒷담화'다. 뒷담화는 상대와 공감대를 가장 빨리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다 다르다. 누구는 피부색이 희고, 누구는 희다. 어떤 이는 솔직하고, 어떤 이는 예의가 바르다. 옳고 그름으로 나눌 수 없는 다양성은 어느 집단에 가도 존재한다. 다수의 입장에서 다른 이를 찾는 것은 쉽다. 포인트를 포착하여 다수에게 공감대를 얻으면 된다. 다만 이 일은 '진짜' 지지자를 찾는 일은 아니다. 손 쉽고 빠르고 즉각적인 일이다. 고로 극약처방이다. 사람은 어떤 면을 보느냐에 따라 다수와 급하게 가까워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한다. 즉 이런 방식은 곧 다음 표적이 내가 될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송인 신동엽은 남을 험담하는 사람과 관계를 끊는다고 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방송인의 직업적 특징을 살펴보면 그가 가진 철학이 꽤 당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 졌을 것이라 추측된다. 오래 전, 방송인 강호동도 이와 같은 말을 했다. 강호동은 '남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자신의 철학처럼 싫어한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면 좋은 이야기만 한다고 했다. 별거 아닌 것 같은 이 철학은 사실 지키기 꽤 어렵다. 모든가 아닌 척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게 고립되고 외롭다고 느낀다. 경쟁 사회에서 자신이 도태되고 있다고 느낀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지지자'를 찾는 일은 참으로 복된 일이다. 지지자를 찾기 위해 적잖은 노력을 통해 신임을 얻어야 한다. 능력이나 외모 혹은 성격적인 면에서도 꾸준하게 자신을 어필하고 가꿔야 한다. 다만 이런 일이 쉽지 않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빠르고 쉬운 방식으로 자신의 편을 만든다. 해외에서 사람 관리하는 일을 했다. 거기에도 역시 눈치없는 누군가가 있었다. 어쩜 그렇게 미움받을 짓을 골라하는지, 행동이 거슬리면 마음에 담아뒀다. 미워하는 마음이 정당한 것이란 걸 누구에게 공감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상대가 잘못됐다면 '미움'이라는 감정도 정당화 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직원과의 회식자리에 나는 자리에 없는 사람을 험담했다. 20대 초반 젊은 시절의 이야기다. 모든 사람들이 한편이 되서 그를 욕하고 있을 때, 이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20살 여자 아이를 처다보며 나는 물었다.
"어떻게 생각해? 이상한 거 아냐?"
그 못난 내 모습은 제3자화가 되어 지금도 나를 괴롭힌다. 남을 신나게 욕하다가, 가만히 있는 이에게 공감하라고 권유하는 모습...
20살 여자 아이는 웃으며 말했다.
"그럴 수도 있죠."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왜 그럴 수 없는지에 대한 이유를 꼬치꼬치 따져 들었다. 그러자 여자 아이는 다시 웃으며 말했다.
"전 잘 모르겠어요."
뒷통수를 세게 때려 맞은 나는 말을 잃고 5분 전, 내 모습과 말투, 눈빛을 무의식 깊은 곳에 때려 박았다.
'참.. 못났다 이놈아.'
여자 아이가 참 멋있어 보였다. 나이 차이가 꽤 났는데도 존경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 아이는 그 뒤로도 남에 대해 결코 나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좋은 이야기라면 하기도 했다. 어린 여자 아이의 모습을 보고 따라 해 보고자 했다. 나조차 깨치지 못할 만큼 그런 습관이 오래 됐는지, 내 눈에 불편한 상황을 맘에 담아 두지 못하고 입이 근질 거렸다. 그럴때마다 내 머릿속에는 여자아이에게 험담을 권유하던 5분이 자동 재생된다. 그리고 여자아이가 말한다. "전 잘 모르겠어요." 눈빛 둘 곳과 할 말을 잃은 표정이 다시 나를 괴롭히면 그때서야, 하고 싶던 험담은 가라앉는다. 아이는 이 글을 언젠가 보더라도 자신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깨치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그것은 그녀에게 당연한 일이 었을 것이다. 한참 동안 전 세계 학자들마저 유행처럼 신봉하던 우생학은 지금 사라졌다. 우생학이 사라진 이유는 '우수한 특성'에 대한 정의 때문이다. 사회와 국제 정세는 급격하게 바뀐다. 산업과 경제도 그렇다. 교육이나 인간 관계도 그렇다. 시스템이 상황마다 달라지고 환경 또한 자꾸 바뀐다. 이렇게 환경과 상황이 다변적일 때, 어떤 형질이 어떤 환경에서 우수해질지 모른다. 환경이 급하게 한쪽으로 치우치고, 다시 반대쪽으로 치우친다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은 멸종된다. 우생학은 우수한 생물학적 형질만 성장시킨다. 고로 언젠가 우수했던 형질이 완전 열등한 형질이 된다. 결국 다양성이 중요하다. 유전자는 동성이 아니라 '이성'에게 끌리고 가족이나 형제가 아닌 완전 다른 이들에게 매력을 느긴다. 이유는 유전자를 후대로 존식 시키기 위해서는 '순종'이 아니라 '잡종'이 훨씬더 이득이기 때문이다. 고대 왕족은 순수 혈통을 위해 남매끼리 결혼을 시키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들은 유전적으로 독특한 특징이 있었는데 턱이 기형적으로 길어지거나 정신병을 앓기도 했다. 다양성은 사회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장치다. 지구에는 총 5번의 대멸종기가 있었다. 아미노산이 단세포로, 다세포로 진화하기 위해선 극악한 확률이 필요하다. 그것을 다시 시작하고 싶지 않은 '신'의 선택인지, 멸종기는 다수를 멸종 시켰으나, 종의 다양성을 통해 99%가 멸종해도 살아남은 1%로 다시 지구를 복원시켰다. 남을 욕하지말자. 남을 욕하지 말자. 모두가 똑 같은 생각. 똑같은 말. 똑같은 일을 하게 두지말자. 자신의 편이 없다고 느껴질 땐, 차라리 가족과 대화를 하자. 다만 누군가가 욕을 하고 있다면 누군가들과 같이 관계를 끊어 버리거나 법적대응을 하고 일상에 충실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