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글 좋아하는 이들에 대한 신뢰_초보자들을 위한

by 오인환

시작하라.

다시 도 시작하라.

모든 것을 한 입씩 물어뜯어보라.

가끔 도보 여행을 떠나라.

자신에게 휘파람 부는 법을 가르치라.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은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 것이다.

그 이야기를 만들라.

돌들에게도 말을 걸고

달빛 아래 바람에서 헤엄도 쳐라.

죽는 법을 배워두라.

빗속을 나체로 달려보라.

일어나야 할 모든 일은 일어날 것이고

그 일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흐르는 물 위에 가만히 누워 있어보라.

그리고 아침에 빵 대신 시를 먹으라.

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

경험주의자가 되라.

-엘런코트, <초보자들을 위한 조언>

<영문>

Begin. Keep on beginning. Nibble on everything.

Take a hike. Teach yourself to whistle. Lie.

The older you get the more they'll want your stories.

Make them up. Talk to stones. Short-out electric fences.

Swim with the sea turtle into the moon.

Learn how to die. Eat moonshine pie.

Drink wild geranium tea.

Run naked in the rain.

Everything that happens will happen and none of us will be safe from it.

Pull up anchors. Sit close to the god of night.

Lie still in a stream and breathe water.

Climb to the top of the highest tree until you come to the branch

where the blue heron sleeps. Eat poems for breakfast.

Wear them on your forehead. Lick the mountain's bare shoulder.

Measure the color of days around your mother's death.

Put your hands over your face and listen to what they tell you.


-Ellen Kort, <Advice to beginners>

'엘런 코트'의 '초보자들을 위한 조언'이라는 시를 접했다. 공감됐다. 누군지 궁금했다. 그녀는 나치 독일의 베를린 하계 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수가 금메달을 따던 해에 태어났다. 비교적 최근인 2015년 4월, 7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그녀는 최초의 아이폰을 지켜 봤을 것이다. 미국 위스콘신 주에서 태어난 그는 시를 좋아했고 위스콘신에서는 '시의 대모'로 불려졌다. 그녀의 본업은 '시인'이 아니라 '교사'였다. 그가 태어난 위스콘신주의 차터 고등학교 시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었다. 쉽게 말하면 그는 교고 문학교사 였다. 청소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에게 시를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는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에서 청소년과 부모 죄수들에게 시 워크숍을 열었다. '엘런 코트'에 대한 내용은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지 않다. 그녀는 나고 자란 지역의 교사였고 그 지역에서 활동하던 음유시인이었다. 그녀의 정보가 부족한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그녀의 활동이 폭넓었다고 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나는 오늘 그녀의 사진을 봤다. 그녀의 시를 보고 공감했다. 아무도 그녀의 일대기에 대해 찾아보기도 했다.

몇 해 전에는 아이가 심하게 아파서 동네 병원을 들렸다. 외벽 페인트칠이 벗겨진 허름한 병원 입구에는 파리를 좇는 파란색 플라스틱발이 내려져 있었다. 병원 분위기 답지 않게 벽에는 알록달록 그림이 그려져 있고 필기체로 시가 쓰여져 있었다. 아이의 열 때문에 허겁지겁 정신없이 찾아 온 동네 시골 병원, 거기서 넋을 놓고 있다 만난 우연한 무명 시인의 이름을 보고 조급한 마음이 차츰 가라 앉았다. 불덩이처럼 뜨거운 아이 둘을 데리고 진찰실로 들어가서 깨달았다. 진찰실에 앉아 있던 의사 선생님의 명패에는 앞서 봤던 시인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간혹 주변에서 시를 쓰거나 여타 집필 활동을 하는 의사를 만난다. 의사, 교사 뿐 아니다. 변호사, 사업가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롯데를 창업한 신격호 회장은 젊은 시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감명 깊게 읽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베르테르가 이룰 수 없는 사랑의 대상인 '샤를롯데(Charlotte)'의 이름에서 롯데(Lotte)라는 기업 이름을 작명했다. 그는 자신의 사업이 꽤 번영해가고 있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문학가'가 되고 싶어 했다. 롯데가 '일본기업'이냐 '한국기업'이냐를 가지고 언젠가 사람들이 문제 삼았던 적이 있다. 나에게 '롯데'는 문학을 좋아하던 '한국인'이 세운 기업이다. 이 창업 스토리로 내 모든 지출은 '롯데'를 통해 한다. 삼성 이병철 회장과 교보생명의 신용호 회장 또한 일본에 있는 대형 서점에 부러움을 가졌다. 모두가 만류하는 '책' 관련 사업을 하는 '신용호 회장'에게 '이병철 회장'은 신용호 회장의 손을 붙잡고 연신 고맙다는 말을 했다. 삼성과 교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룹이다. '롯데', '삼성', 교보'를 그래서 신뢰하고 좋아한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지만, 아무나 쓰진 못한다. 이 말은 내가 여러 사람을 만나며 느꼈다. 스스로 대단한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도 꾸준히 글 쓰는 일을 어려워한다. 아무리 곰곰히 생각해도 한 단어를 적는데 1분이 걸린다고 해도 30분이면 30단어 정도는 적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실천하지 못한다. 이유는 바빠서 일 것이다. 혹은 시간이 없어서 일지 모른다. 시간이 없기론 롯데, 삼성, 교보 창업주들이 더 없었을 것이고 바쁘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한 없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시인', '문학가', '소설가'라는 이들의 대부분은 본업작가인 경우도 있지만 다수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사회 다양한 지위와 계층, 지역, 연령으로 뻗쳐 있는 그들은 부모이기도 하고, 교사이거나 의사, 변호사, 사업가이기도 하다. 내 글을 읽어주는 소비자가 때로는 나에게 글을 제공해주는 공급자이기도 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고 가르친다. 그저 국적으로 뭉쳐진 존재들 보다 더 큰 유대감을 가진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받는다. 쌍둥이 육아에 관한 글에 '쌍둥이'를 먼저 키운 이들이 별거 아닌 경험을 뱉어 둔다. 그것이 엄청난 위로라는 사실은 비슷한 경험에 있지 않으면 모른다. '엘런 코트'의 '초보자들을 위한 조언'을 찾아보면, 영문버전과 국문버전이 거의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시는 시어를 선택함으로써 의미를 포괄적으로 만든다. 즉, 영어에서의 어감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절대 시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을 알지 못한다. 언어를 뛰어 넘는 그 유대감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이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 교사가 말하는 '초보자들을 위한 조언'. 어쩌면 그녀는 '글을 써라', '읽어라'라고 초보자들에게 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위스콘신을 벗어나, 미국을 벗어나 한국의 초보자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다시 글의 위대함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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