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는 유기체, 좋은 회사 고르는 법

나쁜 회사 재무제표 독후

by 오인환

국그릇에 된장찌개가 담겨 있다. 된장찌개를 좋아한다. 국그릇에 코를 박고 먹는다. 그렇다고 내가 국그릇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국그릇은 도구이지, 컨텐츠가 아니다. '책'도 그렇다. 책을 좋아한다는 말은 잘못됐다. 돌이켜 보니 그렇다. 책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담고 있는 컨텐츠를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컨텐츠는 '경제'다. 경제는 반드시 책이 아니라도 좋다. 영상이나 사진도 좋다. 대학에서 '경제'를 공부했다. 경제는 매력있다.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움직인다.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을 닮았고 때로는 인생을 닮았다. 역사를 닮기도 했다. 경제는 그것들을 닮았다. 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담기도 했다. 모든 것을 '경제'로 설명하는 것은 비판받기도 한다. 다만 환경에 더 적합한 종이 살아 남는다는 의미에서 '국부론'을 쓴 '애덤 스미스'와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농장에서 '적과 작업'을 한 적 있다. 한 가지에 너무 많은 과일이 달렸을 때, 부실한 과일은 저절로 낙과한다. 그것은 자연선택이다. 다만, 농부는 인위적으로 가장 실한 과일을 제외한 나머지를 뜯어 버린다. 농부가 개입하여 과일을 뜯어버리는 것은 케인즈주의를 닮았다. '자연 선택'을 돕는 '인위적 개입'. 농부는 가지에 달린 과일 중, 실한 것과 실하지 않은 것을 골라 내야 한다. 초짜 농부는 달린 과실 중 실수로 실한 걸 뜯고 부실한 걸 남기기도 한다. 여지 없이 부실한 과일은 크게 성장하지 못한다. 농부의 능력은 '농장'의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것이 실한 과일인지, 부실한 과일인지를 아는 것은 몹시 중요하다.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는 대규모 양적완화를 불러 일으켰다. 더 근본적으로 가자면 2008년 리먼사태부터 이미 세계 경제는 엉망이었다. 일단 넘어지지 않기 위해 밟아야 하는 자본주의가 회복을 더디게 하고 급한 불을 끄며 진행하게 했다. 이대로 갔다가는 자산가치가 지나치게 상승하고 화폐가치가 엉망이 될테다. 화폐가치란 다시말하면 '달러 지위'와 '패권'을 의미한다. 농부는 한 가지에 달린 여러 과일 중, 더 크고 실한 과일을 키워 내기 위해 멀쩡한 과실을 뜯어내야 한다. 그 출혈을 감내하지 않으면 그 가지에 달린 모든 과일은 '꼬마과'가 된다. 아까워 뜯지 못한 농부의 최후는 '상품성 없는 과일'을 생산할 뿐이다. 미국 중앙 은행은 마구자비로 성장하는 과일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명분은 '인플레이션'이고 방식은 금리인상이다. 앞으로 '우수수'하고 부실한 과일들이 떨어져 나갈 차례다. 그간 농부의 두려움과 게으름으로 달려 있던 과일들이 와르르 떨어질 것이다. 필사적으로 가지 중 실한 것을 찾아내야 한다. 그 안목을 길러야 한다. 과일이 많이 달린다는 소문이 나자, 초등학생은 물론 전업주부와 중고등학생, 대학생 할 것 없이, 너도 나도 투자를 시작했다. 뭐든 잡고 있으면 성장한다는 확고한 믿음은 '그래도 미국주식은 안 망해, 그래프를 봐바!'다. 그렇다. 성장은 반드시 우상향 한다. 과일을 여는 나무가 다시 새싹으로 복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그 와중 와르르하고 부실한 과실을 떨구고 나아갈 것이다. 대부분의 투자자가 들고 있는 과일은 대게 부실하다. 그들은 농사 한 번 지어보지 않고 '적과'를 시작한 초보 농부와 다름없다. 그것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그래프'나 허무맹랑한 '미래 비전' 따위가 아니다. 현실적인 '재무제표'를 들여다 보는 일이다.

근래 투자를 시작한 이들은 마치 자신이 투자이 신이라도 된 듯, 경제에 관해선 자기 철학을 갖고 있다. '국부론' 한 권 읽어보지 않은 이들 혹은 '벤저민 그레이엄'이 누군지 모르 이들은 '워렌버핏의 투자철학'을 들먹거린다. 재무제표는 확인하지 않고 17세기 일본인들이 쌀가격을 표시하기 위해 만들어낸 '캔들차트'로 미래 가격을 재단한다. 넓게 그려진 차트 위에 멋지게 선을 긋고 '매집구간', '개미털기', '매수신호', '매도신호'를 언급한다. 단연컨데 내일 쌀값은 어제 쌀값을 기반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쌀값을 형성하는 것은 '기온', '생산량', '인구변화', '식습관', '문화' 등 다양하다. 빨갛고 파란 그래프들 들여다 본다고 내일을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보기 위해선, 최소한 '천문학', '심리학', '철학', '지리학', '수학' 등의 지식이 필요하다. 워렌버핏은 '워렌버핏의 투자철학'이란 책을 읽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차트를 살피고 투자하지도 않는다. 그가 가장 많이 보는 것은 '재무제표'다. 공시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혹은 '재무제표'를 확인하지도 않고 투자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워렌버핏은 말했다.

'물이 빠지면 누가 벌거벗고 수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드디어 물이 빠진다. 워렌버핏의 '버크셔 헤서웨이'는 역사상 가장 중요한 거래를 앞두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많지 않던 '물 빠지는 기간'에 적극 투자를 준비하는 것이다. 오랜 기간 책을 읽으면서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경제에 관심을 가진 것을 본 기억이 없다. 다만 이들은 '경제'가 아니라, 오로지 '돈'과 '자산'에만 관심을 가진다. 낙과 시기에 떨어진 과일은 안타깝지만 농장은 더 과감하게 부실 과일을 떨어뜨릴수록 성장한다. 그것이 세계 경제가 성장해 왔던 방식이다.

우리 딸이 성인이 되면, 가장 권장하는 아르바이트로 '경리 업무'를 시키고 싶다. 가만히 앉아서 영수증을 붙이고 오른 손으로 '더존 프로그램'에 숫자키를 누르는 '사무직 노가다'라는 경리직은 실제로 매우 바람직한 경제 공부이기도 하다. 회계를 공부하면 '차변'과 '대변'의 개념을 배운다. 돈을 지출했다고 마이너스만 기록하는 것이 아니다. 회계는 한쪽에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다른 쪽에 플러스를 기록한다. 경제에서 그냥 사라지는 돈은 없다. 어떤 경제 활동도 자본이 재화로 변경되지 증발되지는 않는다. 100만원짜리 자전거를 구매하면 100만원이 사라졌을 뿐만아니라 100만원짜리 자전거가 생겨난다. 한쪽에는 사라지고 한쪽에는 생성되니 사실은 그 균형이 맞는다. 경리직원이 입력하는 단순한 차변과 대변은 감사를 통해 재무제표가 되어 그 회사를 평가하는 수단으로 자리잡는다. 제주에는 '부끄다'라는 표현이 있다. 표준어로 검색하면 '용솟음치다'로 나온다. 이 표현은 감귤에도 사용된다. 크기가 커다란 과일은 껍질이 '부끈 상태'일 때도 있다. 즉, 알맹이는 부실한데 물을 많이 먹으면 껍질만 '부꺼서' 크기만 키운 것이다. 이것은 상품이 되지 못한다. 어떤 회사가 인위적으로 규모만 키우기 위해 '부끈 상태'로 성장하고 있는지, 당도는 시원찮으면서 산도만 높은지, 어떤 비료를 사용하고 물은 얼마나 주는지, 햇볕은 얼마나 쐐고 있는지의 기록을 살필 수 있다. 아버지의 '영농일지'를 살피면 그해 농사를 예측할 수 있다. 그것이 거의 유일한 좋은 회사 찾는 법이다. 농사는 오늘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일이 아니다. 경제도 그렇다. 투자는 오늘하고 내일 수확하는 것이 아니다. 시기에 따라 언젠가는 꽃이피고, 언제는 과한 과일이 열려 있기도 하고, 언제는 '적과 작업'으로 괜찮은 회사를 골라 낼 때도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투자자는 '박영옥' 님이다. 개인적으로 죽기 전에 꼭 만나 뵙고 싶은 분이기도 하다. 그분의 별명이 '주식농부'다. 농장을 예로들자면 지금은 적과 시기다. 우수수 부실한 것들이떨어지고, 실한 과일 위주로 한참을 더 투자하면 그때서야 수확할 시기가 온다. 앞으로 10년, 적과 작업을 한 뒤 5년 성장을 하고 다음 5년에는 수확할 시기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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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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