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간 미연이
"미연이, 나쁜……"
화장실을 들락 달락 거리는 날 보며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스쳐가듯 친구란 친해졌다 가도 멀어지는 거라 했다. 불편한 주말을 보내고 미연이를 마주쳤다. 나는 입을 삐쭉 내민 채 미연이에게 교환일기를 건넸다.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눈을 크게 뜨고 똑바로 마주보았다. 적어도 무어라 변명이라도 말해주기를. 미연이는 곤란한 듯 미소 지었다. 아무리 더워도 꼭 붙어있는 게 좋다던 나의 단짝친구는 토요일에 대한 그 어떤 설명도 없이 너무 덥고 땀이 난다며 나에게서 멀어졌다. 그 뒤로 미연이는 나보다 먼저 쌩하니 집에 가거나 청소를 해야 한다며 교실에 남았다.
그러기를 한참 후 나는 혼자 볼일 보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날도 혼자 변소 맨 끝 칸에 들어가 있었다. 화장실 입구 문소리가 나고 콸콸 수돗물 소리와 함께 여자아이들 서너 명이 들어와 험담을 쏟아냈다.
“야야, 그 2반 공주병 전학생 진짜 재수없지 않니? 오늘도 손들고 발표하더라?”
“조용히 해. 걔 네 엄마가 8반 담임이라 잖아.”
“아, 나 걔 진짜 맘에 안 들어. 왜 자꾸 미연이네 쫓아오는 거니?”
“혜민이 그 애 전학 오던 날 치마입고 왔다며? 와 진짜 별꼴이야.”
내 이름을 듣는 순간 얼굴이 벌개졌다. 문을 열고 나갈 수가 없었다. 한참을 그 아이들이 나갈 때까지 혼자서 얼음처럼 굳어 있었다.
우리 집은 빌라도 아니었고 큰 대문도 있었다. 다만 그 집이 우리 엄마 아빠의 집이 아니었을 뿐이었다. 엄마는 선생님이었고 아빠는 장사를 한다고 했다. 끼니를 거르진 않았지만 외식 한번 하려면 엄마 아빠는 지갑을 열어 자꾸 지폐를 세었다. 비싼 학비를 피해 공립학교로 전학을 온 터였는데. 나는 눈물이 고이는 것을 느꼈지만 흐르지 않게 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 해 2학기가 시작되고 미연이네 가족은 강남으로 이사를 갔다. 청파동 구석지 빌라를 팔아서 강남으로 아파트를 사서 가는지 전세로 가는 지까진 나는 몰랐다. 엄마는 다른 선생님을 통해서 미연이네 엄마가 자식 교육에 욕심을 내서 무리했다는 소식을 건너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자식 교육 때문에 강남 가는 시대에 뒤쳐진 학부형이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그런 시대는 한 물 갔다면서. 엄마는 틀렸던 것 같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여러가지로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