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잔 다섯 번째 이야기 2

삼각관계의 중심

by 이세

달잔의 문이 열리며 상현이 오레오를 안고 들어왔다. 이제는 꽤나 단골이 된 듯 눈짓으로 상현이 혜진에게 인사를 했다.

“고마워요. 오늘도 오레오를 챙겨서 와주셨네요.”

“오는 길에 만나서 같이 왔어요. 시원한 맥주 주세요”

오동통한 줄무늬의 고양이를 보며 순간 윤재의 눈빛이 고양이에게 멈췄다.

“여기 고양이가 있었네요. 이름이 먼가요?”

“오레오예요”

혜진이 나지막이 대답을 했다.

“오레오.. 예쁜 이름이네요. 저희 집 고양이들은 인절미랑 깨떡이었어요. 이제 없지만요.”

고양이를 만나 결계가 풀린 듯 윤재가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혜진은 계속 따뜻한 표정으로 그의 말을 받아주었다.

“그래요? 이제는 왜 없나요?”

윤재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말을 이었다.

“사실 제 고양이는 아니고 아내가 데려온 아이들이었어요.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미리 구했는데 저와 상의도 없이 덜컥 그냥 데려왔지 머에요”

“어머…”

혜진이 미처 대답하지 못한 채 말을 멈췄다.

“정말 처음엔 너무 황당했어요. 정말 제멋대로인 여자예요. 그래도 어떻게 하겠어요. 그냥 그렇게 같이 키우게 됐죠. 처음엔 자기가 다 알아서 할 테니 손도 대지 말라 하더라고요. 그때뿐이었어요. 귀찮은 일들은 자꾸 저한테 미루고 저도 보호 자니까 함께 키우자더군요.”

윤재는 많이 억울해 보였다. 혜진은 그냥 가만히 듣고 있어야겠다 생각했다.

“그렇게 꼬박 5년을 고양이를 키웠어요. 동물이지만 정이 들더라고요. 와서 애교도 많이 피우고. 털이 많이 날리는 것 말고는 다 견딜만했어요.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진.”

윤재는 순간 가슴이 막히는 듯 손으로 가슴을 쓸었다. 혜진은 조용히 미지근한 물을 컵에 담아 건넸다. 물 잔을 받아 든 윤재는 고양이가 마시듯 입술을 웅얼거리며 물을 조금 삼켰다.

“작년부터 아이 때문에 저희 엄마가 저희 집에 오셔서 아들을 돌봐주며 계세요. 주말에만 본가로 가시고.”

혜진이 눈썹을 찡그리며 대꾸했다.

“중간에서 좀 어려우셨겠네요.”

“네. 정말 많은 부분에서 아내와 엄마가 각을 세웠지만 젤 힘든 건 고양이였어요. 엄마는 동물을 싫어하시거든요. 털 달린 동물을 집안에서 키우는걸 원체 싫어하세요. 많이 참으신 거죠.”

윤재는 어머니가 아내에게 티도 못 내고 허공을 떠다니는 고양이 털을 잡아내며 윤재에게 얼굴을 찌푸리던 장면을 떠올렸다. 시어머니가 말하면 며느리들이 싫어한다고 엄마는 아내에게 제대로 의견 표현도 못했던 터였다. 윤재는 그저 미안했다. 손주 육아 때문에 엄마가 일상을 포기하고 희생하고 계시는 그 상황이 한없이 미안했다. 그리고 아내가 너무 원망스러웠다. 결국 이 모든 상황은 고양이를 맘대로 데려온 아내 탓이었다. 회사에 가야 한다며 아들도 시어머니께 맡겨놓고 고양이도 가족이라며 끌어안고 있는 아내가 당최 이해가 되질 않았다. 아내는 끊임없이 어머님에 대한 불만을 윤재에게 쏟아냈다. 집에 돌아오면 아내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그날 있었던 일들을 끊임없이 말했다. 말하는 아내도 듣는 윤재도 짜증만 차 올랐다. 윤재가 듣다 듣다 엄마 편을 한마디 거들면 큰 싸움이 일어나곤 했다.

“참 어렵더라고요. 중간에서 서 있는 게.”

윤재가 씁쓸한 표정으로 웃었다. 혜진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 멀리 상현과 오레오는 대화에 아랑곳없이 오뎅꼬치장난감으로 신나게 놀고 있었다.

“진짜 어려웠어요. 아내는 끊임없이 엄마에 대한 불평을 저에게 늘어놨어요. 어느 날은 엄마가 자기 화장대를 청소했다고, 어느 날은 엄마가 속옷서랍까지 가지런히 개켜놨다고요. 근데 엄마한테 하지 마시라 말하면 엄마는 또 아내가 너무 정리를 못해 도와주는 거라며 그 상태 그 꼴을 보면서도 왜 못하게 하느냐 해요.”

혜진의 눈썹이 산처럼 찌그러졌다.

“으음.. 정말 중심 잡기가 힘든 상황이셨겠네요.”

“정말 답답하더라고요”윤재가 말을 이어갔다. 그렇게 시시콜콜하고 작은 일들과 더불어 육아 방식까지 윤재의 아내와 윤재의 어머니는 계속 부딪혔고 그때마다 윤재는 중간에서 어찌 행동해야 할지 갈피조차 잡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고양이로 윤재의 엄마와 정아가 먼저 크게 부딪혔고, 그리고는 오늘 윤재와 정아가 크게 싸운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