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호두

호두 엄마 어디있어요?

by 이세

나는 투명한 상자 안에 있어요.

벌써 며칠이 지났는지는 모르겠어요.

투명한 상자가 2층으로 여러 개 쌓여진 이곳에는 나 같은 강아지들이 한 마리씩 들어있어요.

매일 청바지를 입은 아저씨가 작은 문을 열어 똥오줌을 치워주고 밥을 줘요.

너무 조금이라 늘 배가 고파요.


종종 가느다란 찬바람이 불며 출입문이 열리면 낯선 사람들이 가게 안에 들어와 상자를 하나씩 살펴봐요. 아저씨는 그럴 때마다 눈을 반짝이며 낯선 사람들에게 말을 해요. 아마도 우리들에 대한 이야기일 거예요. 그렇게 사람들이 상자를 하나하나 살펴보고 나면, 어떤 친구들은 그 사람들과 함께 떠나요.


어디로 가는 걸까. 나를 꼬옥 안아주고 핥아 주던 엄마가 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엄마는 조그마한 갈색 강아지였어요.

나는 함께 태어난 남동생과 함께 얼마 전에 이곳에 왔어요.

남동생은 벌써 낯선 사람들을 따라 나갔어요. 나도 그렇게 꼬리를 많이 흔들걸 그랬나 봐요.


배는 고프고,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상자 안에서 나는 가만히 웅크리고 있어요.

엄마가 보고 싶어요. 따뜻한 품에 꼬옥 안기고 싶어요.

오늘은 아침부터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갔어요. 내 옆 상자와 그 밑에 상자에 친구가 나가면서 빈 상자가 늘어났네요. 아저씨가 일요일이래요. 아저씨의 손이 바쁘게 움직이며 물과 사료를 채워주고 응가를 치워요. 장난감도 있는데 아저씨는 바빠서 같이 놀아주지 않아요.

해님이 벌써 절반이나 누웠는데 나는 다시 잠들어야 할까 봐요.

“띵똥”

문이 열리고 시끄러워졌어요. 높지만 부드러운 톤의 여자목소리예요.

“얘들아 우리 슬리퍼 갈아 신고 손을 씻자.”

작은 여자 아이와 조금 더 큰 남자아이가 들어오네요. 그 뒤로 그 목소리의 여자예요. 그리고 덩치가 큰 남자 사람도 들어와요.

아저씨의 눈빛이 반짝여요. 저게 신호일까요? 저 사람들이 내 앞에 섰을 때 나는 있는 힘껏 엉덩이를 흔들어 꼬리를 쳤어요. 힘껏 더 힘껏.

그치만 금방 스쳐 다른 친구 앞에 서서 아저씨랑 이야기하네요. 저 사람들이 나를 다시 엄마한테 데려다줄까요? 모든 에너지를 쥐어짜 꼬리를 흔들어야 해요.


‘엄마, 엄마, 나를 엄마한테 데려다줘요.’


아저씨랑 대화를 나누던 여자사람은 조용히 눈인사를 하고 다시 작은 사람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버렸어요.

다른 친구들 그 누구도 함께 데려가지 않고요. 이제 밖은 깜깜해지는데 나는 오늘도 여기서 잠들어야 하나 봐요. 아까 열심히 꼬리를 흔든 덕에 배고파서 기운이 없네요. 촉촉해지는 눈가를 핥아줄 엄마도 없고 나는 두 눈을 꼭 감았어요.


“따르르릉”

아저씨가 전화를 받아요. 그러더니 갑자기 내가 있는 상자의 문을 열고 나를 안았어요. 따뜻한 물수건으로 내 몸을 닦이고 얼굴을 닦아줬어요. 내 눈이 더 동그래졌어요. 조금 시간이 지나 아까 맡은 익숙한 냄새의 작은 여자 아이와 작은 남자아이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의 여자와 남자가 다시 들어왔어요. 여자 아이가 날 안았어요. 남자아이도 나를 안아줬어요. 작고 부드러운 손이지만 어딘가 어색해요. 여자사람이 날 안았어요. 부드럽고 따뜻해요. 나를 꼭 안고 아저씨와 한참 이야기를 해요. 나도 이 사람들을 따라 엄마를 만나러 가는 걸까요? 아저씨가 나에게만 살짝 보이게 윙크를 하네요. 저도 지긋이 눈을 깜빡였어요. 조심스럽게 꼭 안아주는 작은 아이의 손길이 따뜻해요. 여자 사람이 나를 포근하게 안아줘요.


‘엄마’


그들이 나를 불러요.


“호두야”


내 이름이 호두인가 봐요. 나는 엄마 품에 안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