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

by 신기루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부고를 돌리지 않았다.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오는 부고가 귀찮아서 나라도 보내지 않았다. 그랬더니 관습을 무시하면 뒷말들이 많다. 이혼해서 그렇다는 둥. 뭔가 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둥. 사람들의 뒷말에 신경 썼다면 굳이 부고를 안 돌리지 않았으리라. 그냥 내 맘대로 한 거다. 내 돈으로 내가 정성껏 보내드리고 싶었다. 그리고 애도를 진중하게 하고 싶었다. 찾아오는 사람 신경 안 쓰고. 답례품이나 답례 메일도 하고 싶지 않았다. 슬퍼 죽겠는데 그런 것까지 신경 쓰는 게 귀찮았다. 장례가 끝나면 인터넷에서 답례품을 골라야 하고 학교로 들고 와야 하고 나눠줘야 하고. 또는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메일로 일일이 인사를 전해야 하고.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조용히 일주일의 특휴를 보내고자 부고를 돌리지 말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학교에 왔는데 다가와서 위로하는 사람도 있지만 슬금슬금 눈치 보는 사람도 있다. 친하다고 생각한 언니가 눈치만 보길래 이후 절교했다. 위로하지 않는 언니와 더 이상 친해질 수 없었다. 그 전에 수술하러 병가 냈을 때도 전화 한 번 없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한 언니였다.


'이때까지 같이 밥 먹고 산책한 건 뭐지?'


기대치가 무너지자 관심이 사라졌다. 사람이 아파보거나 힘들 때 쓸데없는 관계(?)들이 정리된다고 하지 않는가. 굳이 수술 전에 밥 한 끼 사겠다고 난리 치는 사람도 있는데 전화 한 통 없다니. 당연히 정리하는 게 맞다. 서운함이 쌓이면 언젠가 폭발한. 그렇게 그 언니랑은 헤어졌고 아마도 그 언니는 내가 이상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왜 갑자기? 냉랭하지?'


굳이 뭐가 서운했다느니 그런 말이 필요할까? 말하기 싫을 때가 많다. 이미 교감이 잘 안 되는 사람들은 어차피 많은 시간이 흐른다 해도 헛수고가 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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