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매드가 못 된 이들

by 신기루

내가 7살 때 집을 샀다. 그 집에서 동생들과 엄마는 아직도 살고 있다. 50년 가까이. 그 당시에는 초등학교에서 자가, 전세, 월세를 조사했다. 왜 쓸데없는 것을 조사했는지는 모르나. 그때 자기 집에서 사는 아이들 손 들라고 하면 반에서 몇 명 안 되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남들은 점점 잘 살게 되고 우리 집은 점점 못 살게 되었다. 한 곳에 뿌리를 박고는 더 이상 움직일 생각을 안 했다. 그 당시 재테크는 시골 땅을 사는 것이다. 절대 오르지 않을 농지를. 거기서 나오는 쌀을 가져오는 게 중요했던 것 같다. 쌀만 있으면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을 것 같은, 부자 된 기분이랄지. 점점 도시의 집, 건물이 비싸지면서 재테크로서는 꽝 되고 말았다.

동생이 건축과를 나와서 자기 집 짓는 게 소원이라면서 그곳에 3층 집을 지었다. 지어서 팔려고 했으나 소유자인 아버지의 거부로 지금까지 거기에 살고 있다. 왜냐하면 1층에서 조금 나오는 월세가 있는데 그것으로 노후생계를 해결하고자 했다. 턱도 없이 모자라는 돈으로. 결국 실패작인 것이다.

아버지는 70살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영업을 했다. 사양길에 접어들어서 완전히 문을 닫는 날까지 본 마지막 전사였다. 70년대, 80년대는 잘 된 사업이었다. 먹고 살만하자 사람들이 놀러 다니고 사진도 많이 찍어서. 그런데 필름산업이 사양길에 접어 들어서 결국 사진현상소라는 곳도 망하고 말았다. 그에게 한평생을 먹고살게 해 준 직업이었다. 이후 자식 가르치고 먹고 사느라 모아 놓은 돈이 없자 우울에 빠졌다. 매일 술을 마셨다. 그러다가 고혈압 때문에 술을 못 마시자 점점 무위도식하는 삶을 하루하루 보내게 되고 결국 심장병으로 돌아가셨다. 하나의 직업을 평생 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였고 한 곳에서 50년을 살았고 뼈를 묻었다. 지금 그곳에서 동생들도 뼈를 묻을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