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

by 신기루

티브이를 보면 딸이 엄마랑 참 친하다. 신기할 정도로. 내가 엄마랑 같이 살기로 했다고 하니까 친구가

'야아, 대단하다. 나는 우리 엄마 보면 그냥 보기만 해도 힘들어.'


내가 어릴 적 가정불화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에 엄마를 거부하는 줄 알았는데 오늘 심리학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늙은 부모를 보면서 나의 미래와 동일시하기 때문에 힘들다는 거다. 이웃집 할머니를 보면 동일시를 안 하는데 부모는 그렇지 않다는 거다. 아버지의 늙은 모습을 보면서는 크게 못 느꼈는데 같은 '성'인 엄마를 보면 '저 모습이 곧 나의 미래다' 이런 생각이 무의식 중에 발현되어 끔찍하고 피하고 싶었나 보다. 나는 내가 못된 년이라 그런 줄 알았는데. 최근 2년 전만 해도 그다지 고통스럽지 않았는데 80살이 넘어가면서 엄마는 완전히 노인이 되었다. 곧 저승 문 앞에 서 있는 그래서 죽음과 맞닿아 있어서 언제 고요히 잠들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매일 느끼는 것도 고문이다. 보는 것도 고문, 사라지는 것도 고문. 나의 감정이 지극히 정상이라는 심리학자의 말이 꽤나 위로가 되는 아침이다.


그 친구가 말한 바로 그것 '보기만 해도 힘들어'. 그녀는 지극히 정상인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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