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기차를 타면 교복 입고 서울 고모집에 가던 그날이 생각난다
중학교 교복을 입고 나들이를 갈 정도로 변변한 옷이 없었던 그 시절
온 가족이 여행을 가는 게 자주 있지 않던 낯설었던 기억 때문인지
밤기차를 타면 그날 깊은 어둠 사이를 뚫고 두려운 도시를 향하던 어린 단발머리 여자애가 떠오른다
커다란 눈을 뜨고 설레어하던
아마도 누구 결혼식 아니었을까
그때는 엄마. 아버지도 다 젊고 동생들도 어려서 부모 그늘에서 놀던 개구진 시절이었는데
지금은 모두 늘어진 배와 허연 머리를 하고 눈에는 힘이 없다
이제는 그 밤이 사진처럼 가슴에 박혀 있을 뿐
지금도 먼 훗날 한 장의 사진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