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2022 시모음

오늘

by 신기루

마지막 수업


오늘 마지막 수업을 하였습니다

원래 조사든 경사든 잘 말하지 않는 성격이라 끝까지 비밀에 부쳤습니다

사실대로 말해봐야 괜히 머쓱해졌을 겁니다. 여전히 말 듣지 않고 장난치는 아이들을 보며 아마도 자존심 상했을 겁니다. 그것 때문에 나가는 건데. 자꾸 노엽고 화가 나서 나가는 건데.

오늘도 아이들 싸움을 말리고 말대꾸하는 걸 지도하고 사탕으로 달래며 간신히 도서실에서 마지막 수업을 마쳤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벗으면 우리들은 아마도 잘 알아보지 못 할지도 몰라요

목소리 정도 기억할 지도 모르죠


그렇게 나를 스쳐간 아이들 중 하필이면 첫학교에서 만난 아이가 40이 넘어서 같은 교무실에서 근무를 했답니다. 너의 결과물이 현시하듯

전혀 예상치 못 한, 나와 정반대의 길을 걷는 그녀를 보며 교육의 허상을 느꼈습니다

어차피 너는 그냥 소모품이었음을


이제 정말 나를 위한, 나에게 재미있는 것들만 하면서 살고 싶어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