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2022 시모음

버림

by 신기루

버리다, 버리다


아들네 집에 오면 청소부가 된다

버리고 또 버리고

쌓이고 쌓인 먼지와 물건을 버리다 보

생각은 사라지고 버리는 행위만 남는

남의 추억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편지도, 사진도 가위로 쫙쫙 찢어 버린다


자고 일어난 아들의 황당한 비명

그 순간, 뒤늦어버린 후회

코 묻은 휴지가 모인 쓰레기통을 안고 들어가며

사진과 편지는 붙이면 된다는 말에


돈 되는 것 말고 싹 다 버린 애미는

아직도 배워야 할 게 너무 많은 것 같아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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