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경험하는 일들이 있다. 즐겁고 신난 일이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은 엄마를 하루하루 보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기저귀를 대여섯 장씩 갈면서. 아프면 빨리 하늘나라로 가라고. 아니 조금만 더 있으라고. 정확하게 양면이 겹치는 사고를 한다는 것은 어느 것을 선택하든 아플 것이기 때문에. 그러나 나의 일상이 붕괴된 채 하루하루 늘어나는 시간만큼 몸도 마음도 지친다. 7월부터 나는 전쟁상황이기 때문에. 오롯이 나 혼자 엄마를 붙들고 이 병원 저 병원 헤매고 다니며 누구도 나의 짐을 대신 들어주는 사람이 없기에. 왜 나에게만 항상 이렇게 책임을 부과하는 건지. 엄마는 왜 나에게만 끝까지 업혀 가야 하는 건지. 화날 때도 있다.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을 때가 더 많다. 그러나 감정대로 할 수 없는 것이 현실. 끝까지 편히 엄마가 눈 감을 때까지 옆에서 지켜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의무를 부과했다.
엄마는 하루하루 변해 가고 있다. 수액을 24시간 넣기 때문에 몸의 수분은 그대로이지만 섬망과 인지력 감퇴가 시작되었다. 하고 싶은 말을 연결해내지 못한다. 같은 문장을 반복하다가 뒷말로 이어지지 못한다. 두어 시간씩 눈을 뜨고 있을 때 천천히 반응을 해 주면 겨우 전달하려는 내용을 마칠 때가 있다. 주로 옛날 엄마의 젊었을 때 이야기를 물어보면 곧잘 한다.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뇌리에 또렷이 박혀 있나 보다.
-엄마는 왜 연애해서 결혼하지 않았어?
-그때는 중매쟁이가 있어서 중매로 만났지.
-아부지를 어떻게 만났는데?
기억을 가다듬다가 꺼내놓은 말
-슬픈 일이 일어난다.
-무슨 일?
아는 사람이 어딜 좀 가자며 엄마를 데리고 간 곳에 아부지가 있더란다. 그게 엄마에겐 '슬픈 일'이라니. 항상 그 지점을 돌이켜봤을 때 그를 만남으로써 엄마의 인생이 슬퍼졌다는 것이겠지. 슬픔을 많이 준 결혼생활을 한 엄마의 슬픔을 많이 위로해주지 못 해서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