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 해를 보내며

by 신기루

지긋지긋, 슬픈, 그런 한 해를 빨리 잊고자 새 달력을 11월달에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그리고 11월 달력을 떼고 새 달력의 맨 앞장, 올해의 맨 끝 12월을 벌써 달아놓고 있었다. 12월도 뗄까 하다가 그래도 뭔가 아쉬움... 2023년에는 엄마가 없다는 걸 생각도 못 했는데. 2023년은 엄마가 없는 해의 처음이다.


엄마는 자신에게 주어진 총용량을 다 써버리고 갔다. 마지막까지도 또렷한 의식으로 집안에 쌓여있는 물건들을 , 평소 동네에서 물건들을 버려주는 아저씨들에게 전화를 해서 버리게 했다. 마지막까지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그런 모습들이 우리에게는 잔소리들이었고 힘들게 간섭하는 간섭쟁이, 고집쟁이여서 싫어한 부분들이었는데 끝까지 책임을 다하고 떠났다. 마지막까지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고 무너지지 않았으며 당당하게 친척들과 작별을 하는 강고함. 나도 그럴 수 있을까? 그냥 우는 게 인간적이다. 끝까지 체면 차리고 어른다우려고 했다.

글을 쓰면 울 것 같아서 안 쓰려고 했는데. 울어야 애도를 하는 거라고. 충분히 애도를 해야 보낼 수 있다고...


엄마와는 평생을 친구처럼 지냈다. 맏딸로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엄마도 16살부터 공장에 가서 돈 벌어 친정 식구들 다 먹여 살렸는데 내 팔자도 똑같았다. 내가 안 쓰고 말지, 어려운 형편 보면서 내 거부터 챙길 수가 없었다. 그 흔한 해외여행을 단 한 번도 안 갔다니. 해외여행 안 가본 사람 외계인 취급하는 세상에 살면서, 남들 여행 자랑할 때 할 얘기가 없어서 머쓱했던 순간들.


내 나이도 퇴직을 한 나이니, 그만큼 나도 늙었고 엄마는 더 늙었다. 내가 퇴직하자마자 기다린 듯 병간호를 받고 떠났다. 하마터면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할 뻔했다. 작년에 퇴직 결단을 내릴 때는 내 몸도 노동을 못 할 정도로 부서진 상태. 그래서 한 거였는데 엄마가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올해는 그렇게 지나간다. 2022년은.


돌이켜보면 한 해, 한 해 크고 작은 일들이 없을 때가 없다.


오늘은 하얀 눈이 왔다. 저 흰 눈처럼 새해에는 맑은 일들이 많았으면. 투명하고 반짝이는 건치를 드러내고 웃는 미소처럼 하얗게 웃는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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