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김구림'전에 다녀왔다.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매우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많았다. 그에게 붙는 수식어인 실험적, 전위적이라는 말처럼 미술로 표현될 수 있는 것들은 다 해 본 것 같았다. 비디오 아트가 설치된 방에는 알아먹을 수 없는 음성들이 뒤섞여 나온다. 티브이들로 탑을 만들어 흡사 바벨탑처럼 보이며 온갖 잡다한 내용들에 우리 귀와 몸이 노출되어 정신이 쏙 빠져버린 현대인을 비꼬는 것 같았다. 정말 듣기 싫은 해괴망측한 이야기들로 귀가 따갑게 강제시청을 하며 고문당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닌데. 실제 그 방에 들어가면 사면에서 왕왕대는 소음과 함께 시각적으로 갖가지 자극적인 장면들에 노출된다. TV란 놈 덕분에 가만히 앉아서 세상 구경 다 해서 좋을 것 같지만 우리 정신세계를 좀먹을 때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오늘부터 무한반복 시사청취를 하고 있는 내 귀도 좀 쉬어야겠다.
음과양, 2023, 비디오,컬러, 사운드 그리고 1969년도에 발표된 작품으로 믿기 어려울 정도로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았다. '공간구조'나'전자예술'같은 작품은 전기를 연결하여 반짝임을 주어 지금 어느 건물이나 공간에도 잘 어울릴 것 같은 디자인이었다.
공간구조,1968(2013 재제작) 욕망, 삶과 죽음, 공포 등이 혼재되어 살아가는 인간을 다양한 오브제를 사용하여 작품에 그대로 투영하고자 노력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음과 양, 2016
음과 양, 1999~2023 연작 중 또 인상적인 작품은 '자동차'작품인데 현대문명의 최고봉 중에 하나인 황금 자동차, 모두가 욕망하는 그 자동차 아래 무수히 어린 생명들이 죽어간 것을 비판한 작품이었다. 황금 자동차는 찌그러져 있고 그 사이에 해골과 어린아이들의 버려진 신발들을 통해 물질에 의해 간단히 버려지는 고귀한 생명이 서로 대비된 것을 보았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모든 것들, 느끼는 모든 것들이 시각적으로 재현된 작품들, 미술이라는 것, 손으로 만들고 그리고 주무르고 한 어마어마한 양의 작품들을 보며 작가와 한 순간이라도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게 있다면 그게 '감상' 아닐까. 그의 마음을 읽고 이해하여 나의 사고가 전환 혹은 환기가 된다면 내일은 더 크게 숨을 쉬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음과 양, 자동차,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