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를 라이브로 듣고 싶은 마음에 콘서트 예약을 했다. 아침에 서둘러 밥을 먹고 나가야 하는데. 아침부터 당근을 먹었는데 목이 간질간질하다. 이상하다. 또 알레르기가 올라오려고 하는지. 당근 먹고는 그런 적은 없는데. 냉장고에 보관 중이던 두부요리를 꺼내어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밥이랑 먹었다. 그런데 먹는 도중에 이미 눈이 가렵고 부풀어 오르는 느낌이 든다. 코의 점막도 막히면서 콧물이 나고 목이 조이고 입술이 부어오른다. 앗. 빨리 응급실로 가자. 왜 일요일에 항상 아픈 건지는 모르겠지만. 세수를 하고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119를 부르지 않고 택시를 타기 위해서. 입술의 붓기가 조금 가라앉아서 그냥 집에서 쉴까 하다가 빨리 주사 한 대 맞고 콘서트장으로 가야 할 것 같아서 병원으로 갔다. 링거를 맞으라고 해서 간호사가 오자,
"12시 반에 나가야 하는데요."
" 한 시간 정도 들어가는데... "
"다 안 맞아도 되죠? 지난 번은 반만 맞았는데."
"약을 넣어서 다 맞아야 해요."
"네, 일단 맞을게요."
다른 간호사가 내 이야기를 들은 건지 링거액이 좀 빨리 들어가도록 조치를 해 줬다.
링거액을 다 맞아도 여전히 코는 막혀 있으나 빨리 가야지 겨우 도착할 것 같아서 서둘러 병원을 나갔다. 10분 전에 공연장에 도착하여 착석했다. 병원에서 받은 약봉지의 비닐을 부스럭거리면서 자리에 앉자 앞에 혼자 온 남자가 나를 휙 돌아봤다. 아직 공연 시작도 안 했는데 예민성을 드러낸다. 눈치 보며 비닐을 잽싸게 소리 나지 않게 의자 밑에 놓았다. 마스크를 낀 상태라 크게 숨을 한번 쉬었다. 그러자 또 앞에 앉은 남자가 나를 홱 돌아본다. '아, 무서워. 다른 자리 없나?' 둘러보자 맨 뒷자리 두 줄이 비어 있다. 공연이 시작되면 바로 뒤로 도망가야겠다고 점 찍어뒀다.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불이 꺼지자마자 줄행랑.
앞뒤옆, 아무도 없는 나의 공간에서 감상을 시작하려고 하자 바로 옆 라인에서 코막힌 아이가 코를 들이마신다. 엄마가 '쉿'이라고 주의를 줬지만 막힌 코가 뚫릴 수는 없는 법. 몇 번 더 코를 들이마시자 엄마가 데리고 나간다. 아, 공연 방해.
그러자 아까부터 옷 비벼대는 바스락 소리가 그 앞자리에서 계속 들렸다. 가만히 보니까 초딩 아이들이 잠을 자려고 몸부림치고 있었다. 결국 잠이 든 두 아이. 다행히 전반부는 이렇게 끝났다.
인터미션 후 다시 공연이 시작되었다. 다시 아이들이 부스럭댄다. '아, 앞으로 피아노 공연장에는 오지 말자.' 앞에 한 판 잤는데 또 자자니 아이들도 곤욕이다. 엄마는 태연히 감상 중. 공연이 끝나고 아빠란 사람이 나타나서 "어땠어?' "어떻긴 어때요. 감상에 지대히 방해됐죠." 내가 속으로 한 말이다. 아이들은 빠른 음악을 듣고 뛰어다녀야 하는데 전반45분, 후반 40분을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하면 얼마나 죽을 맛일까요? 아이들의 조기 음악감상은 집에서 하면 안 되나? 공연장은 여러 사람에게 방해된다. 이렇게 말하면 노키드존처럼 공연장도 아이들이 못 가는 곳이냐고 타박받을지도 모르겠다. 미안하다. 근데 너희들도 죽을맛 아니니? 엄마, 아빠 손 잡고 와서 자고 있는 니들도 할 짓이 못 되는 것 같구나. 그 4인가족은 횡단보도를 지나 식당으로 쏙 들어갔다. 드디어 그 아이들에겐 천국의 장소. 공연이 끝난 직후 아이들의 얼굴을 보니 화가 나 있는 것 같았다. 어른들은 모두 만족한 얼굴로 공연이 좋았다는 둥 담소를 나누며 웃는 얼굴로 나가는데 아이들은 골이 잔뜩 난 얼굴이었다. 7세 이상 관람가이지만 음악감상을 위해 공연에티켓을 지킬 수 없는 자세로 올 바에야 안 오는 게 그들을 위해, 다수의 관람객을 위해 최선 아닐까? 공연장에서 아예 처음부터 자겠다고 기를 쓰는 건 처음부터 무관심층 아닐까. 엄마는, 아빠는 아이들을 위해 좀더 배려하고 나중에 공연예의를 지킬 수 있을 때 데리고 오든가, 할머니집에 놔두고 단 둘이 오든가. 해야 되지 않을까? 아무 잘못 없는 나는 오히려 공연장에 가기 싫어졌다. 차라리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는 지금 방구석 콘서트가 훨씬 더 음악 본연의 차분함과 안정감 속에 한 음, 한 음 더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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