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연극'회수조'를 봤다. 지난번 두산아트센터에서 '히스토리보이즈'에서 정상훈 배우를 알게 되었고 이번 '회수조'에 출연한다고 해서 찾아보게 되었다.
미래사회, 모든 국가시스템이 붕괴되어 전기도 간혹 들어오고 은행 데이터도 다 날아간 상태. 사람들은 채무가 없다고 거짓말만 한다며 채무 '회수조'가 찾아다니며 독촉을 하거나 갚을 능력이 없을 때는 강제노역장으로 수년씩 보낸다. 좀 억지스러운 내용이라 생각하면서 집으로 오다가 번쩍 생각이 났다.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도 이미 많은 부분 붕괴되어 있다는.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이 빚에 허덕이며 살아간다. 자영업자는 말할 것도 없고 젊은이들도 전세자금 대출에 허덕이고 장년층도 집 하나 마련하기 위해 자기 돈 100퍼센트로는 살 수 없어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야 한다. '누가 제 돈 다 주고 집을 사냐'는 말처럼 대출 없이 어떻게 집을 사냐고. 당연히 대출을 30년, 40년, 50년까지 끼고 산다. 우리는 불평 없이 은행에 가서 사정사정한다. 제발 좀 빌려달라고. 이자는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은행은 이자수익이 어마어마하고. 이게 제대로 된 세상일까.
서울에서 빌라 하나를 사거나 전세에 들어가려 해도 빚을 내야 하고 아파트는 말할 것도 없고. '회수조'가 나의 집 문을 쾅쾅 무섭게 두드리지 않아도 친절한 알람 메시지로 갚아야 할 돈을 문자로 넣어준다. 지폐는 돈의 기능을 이미 잃었고. 카드사용금액을 넣으라는 알람만 받으면 돈은 신속하게 카드회사로 들어간다. 내가 잠든 사이.
과소비를 하지 않아도 들어온 임금으로는 늘 빠듯하다. 교사, 공무원들의 유리지갑은 말할 것도 없고 대다수가 저임금이다. 고임금을 받는 직군들을 제외하면 우리 이웃들은 대개 하루살이 인생 아닌가. 벌자마자 나가기 바쁜 돈.
연극을 보며 '회수조'가 언제 찾아올까 늘 두려움에 떨고 도망 다니는 사람들이 결국 우리의 모습. 꼬박꼬박 갚으며 살아가든지 아니면 지금보다 더 열악한 거주환경으로 떨어지든지. 공포스런 '회수조'들이 오늘밤도 여기저기 돌아다며 누군가의 목을 짓누를 것만 같은 환영이 보인다. 내 주변을 맴도는 유령같은 빚의 그림자를 언제쯤 완전히 지울 수 있을까.
눈부신 대학로의 가을 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