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화 평론가 '최광희tv'유튜브를 많이 본다. 수요일에는 영화전공 관련 강의를 라이브로 하고 토요일에는 라방에서 댓글을 읽으며 서로 소통하고일요일엔 영화 신작소개 라이브 방송을 한다. 거의 즉문즉답으로 대화를 이끌어가는 말솜씨와 더불어 뼈때리는 날카로움이 공존하여 재미가 있다.
요즘 지상파를 안 보는 사람들이 많다. 거의 유튜브로 옮겨와서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를 즐겨 듣는다. 나 역시 영화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이 평론가의 방송을 자주 듣게 되었다. 매불쇼라는 라이브 방송에서 금요일마다 4명의 평론가들이 서로 토론을 하면서 영화를 소개해 준다. 대부분 매불쇼에서 평론가를 알게 되고 다시 개인 방송으로 옮겨오는 식이다. 매불쇼에서 가볍게 농담식으로 대화를 주고 받는 걸 보고 개인 채널로 왔다가 대부분 놀란다. 진지하게 자기 생각을 잘 말하고 글도 아주 유려하게 잘 쓰는 것을 보고 코믹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온 사람들이 그의 매력에반색한다. 크리스마스날에는 10시간 라방도 거뜬히 해 내며 말솜씨와 체력을 자랑했다. 그의 매력은 솔직함과정확하고 예리하게 현상을 분석하는 통찰력이다.
10시간 라방시간에 갑자기 정모를 하자는 의견을 누군가 내놓으면서 급하게 결정이 되었다. 2023.12.31일. 한 해의 마지막날 드디어 오프라인 모임을 갖게 되었다. 10시간 동안 모집을 했으나 13명이 희망을 했고 최종적으로 모인 인원은 남자 4명, 여자 5명이 왔다. 그 중에는 광주에서 온 열혈팬도 있었다.대부분은 서울, 안양 정도였다.나이는 61세, 58세, 57세, 40대, 30대.
가기 직전까지 '아, 이 낯설고 어색한 일을 내가 왜 하지?불편한 건 최대한 안 하려고 하는 내가 왜 이러지?'이러면서 뭔지 모를 끌림에 집을 나섰다. 마트에서 맛있는 딸기를 사가지고 갔다. 식당에 들어서자 예약 손님이냐고 물어보며 안내한 곳에 남자 2명이 앉아 있었다.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했지만 왠지 서로 데면데면하다.'아, 어색하다.' 이러면서 앉아있는데 안양에서 온 여자 분이 역시 두리번거리면서 들어오길래 빨리 내앞에 앉으라고 손짓을 했다. 그녀가 앉자 서로 대화하면서 어색함이 좀 줄어들었다. 곧이어 광주에서 여자분이 왔고 최광희 평론가가 들어왔다. 이미 내 눈에 익숙한 평론가는 타인이 아니었고 그저 옆집 아저씨처럼 편했다. 그 역시 격의 없이 앉아서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이끌어갔다. 혹시 그가 더 긴장한 건 아닐까하며 쳐다봤다. 곧이어 사람들이 들고 온 선물을 하나씩 건넸다. 나 역시 '이거 딸기 드시고 감기 떨어지시라고요.'하면서 비닐에 담긴 딸기를 건넸다. 커피를 가지고 온 사람도 있고 또 다른 선물은 포장지에 싸여서 내용물은 잘 모르겠지만 선물을 주고 받는 건 즐거운 일이다. 그의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누군가 나를 위해 선물을 준비한다면 그만큼 행복한 일도 없을 것이다.
냉삼겹 전문 식당이라고 했는데 호일을 깐 팬에 구워먹으라니. 환경호르몬이 얼마나 많이 나오겠나. 아직까지도 이런 셋팅을 하는 식당이 있다니. 먹을 게 삼겹살밖에 없어서 그냥 먹었다. 마늘,고추,김치도 구워가면서.마지막에 거기다가 밥까지 비벼 먹으라는데 그것만은 사양하고 공깃밥에다가 콩나물과 같이 먹었다. 참석자들의 자기 소개도 없이 그냥 편안하게 먹고 2차를 갔다.
2차는 까페에서 커피와 음료를 시켜서 먹었다. 광주에서 온 분은 기차시간때문에 먼저 갔고 나머지 8명과 평론가 1명이 자리를 잡으니 참 소박하면서 아담한 모임이 되었다. 유튜브를 보면 50~60명이관객석에 앉아 있고 무대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정모를 봤는데 그것보다는 차분하게 앉아서 서로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소규모라 딱 좋았다.누군가최욱을 어떻게 만났냐고 묻자 먼저 정영진을 먼저 알게 되었고 이후 최욱을 봤는데 캐릭터가 아주 독특했다고 했다. 아마도 계속 지상파가 대세였다면 그냥 묻혀버렸을 캐릭터라면서 유튜브시대가 되면서 대세가 될 수 있었다고했다. 그래서 최광희님도 주류에서는 배격했지만 유튜브라는타이밍을 만나서 이제 제대로 평가를 받을 거라고 덕담을 했다.
사람은 때를 잘 만나야 하듯,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가 없으면 사라지고 만다. 자기에게 맞는 컨텐츠를 알릴 수 있는 폼과 딱 맞아 떨어지면 날개를 단다. 그런 세상이 언제 올지 모르지만 항상 갈고 닦다 보면 그 타이밍이 오지 않을까. 오지 않는다면 그냥 열심히 살았다고 자위할 수밖에 없지만 그 또한 괜찮다.
시공간적으로 완벽한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는데 현재의 시점에서 발맞추어 잘 가다보면 어느덧 그 시공간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있다. 뭐든 자기의 에너지를 쏟을만한 것을 꾸준히 연마하다보면 그것을 잘 담을 그릇을 만나지 않을까. 유튜브를 잘 활용하고 브런치도 잘 활용하며 인스타, 틱톡, AI를 잘 활용하여 자기가 가진 것을 공유하다보면 자기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친구끼리의 수다보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 공감하며 대화하니까 더 재미있었다. 단 한번 얼굴을 보고 다시 볼 수 없는 사람들,1회성 만남이 무슨 깊이가 있을까 하겠지만 평론가를 중심으로 서로 소통하는 자체가 의미있었다. 산을 등반하다가 잠시 들린 쉼터에서 따뜻한 차 한잔을 나누듯, 인생길을 가다 잠시 차 한잔을 마시고각자 갈 길로 사라짐이묘한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