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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기루 Apr 15. 2024

 헨리 입센의 작품 '욘 가브리엘 보르크만'이 연극 무대에 올랐다. '욘'은 과거에 누린 영화를 곱씹으면서 세월을 보내고 있다. 그를 사랑한 두 여자. 두 여자는 자매 사이다. 언니가 먼저 욘과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욘'은 자신의 출세를 위해 '언니'와 헤어지고 '동생'과 결혼한다. 물론 동생도 권력, 출세, 돈을 좇는 '욘'과의 사이는 멀어지고 이제 마지막 남은 희망은 '아들'이다.

 과거 생활이 어려울 때 조카를 길러 준 '언니'는 이제 와서 조카를 데리고 가겠다고 한다. 물러설 수 없는 동생과 언니는 서로 차지하겠다고 싸운다.

 그러나 정작 아들은 애 딸린 이혼녀와 함께 자기 삶을 찾겠다며 떠난다.

 이 연극을 보면 남자는 권력지향형, 여자는 애정 갈구, 아들은 독립 선언이다. 남자의 지향점과 여자의 지향점이 다르다. 시대가 바꼈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남자는 일과 돈을 따라가고 여자는 남편의 사랑이 멀어지면 그 다음으로 집착하는 게 자식이다. 자기 삶을 살지 않으려고 하는 여자, 혹은 엄마라는 이름으로 타자에게 얽매인다. 헨리 입센의 고전은 정곡을 찌르고 있다. 여전히 우리나라 수많은 엄마들이 자식들에게 목을 매고 있다. 나부터 돌아보게 했다.

 자식의 취업 준비를 위해 2년째 서울살이를 하고 있다. 물론 내년에는 하산할 것이다. 2년간만 봉사하고 갈 생각인데 이것마저 집착일 수 있다. 스스로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미리 손을 댔다. 엄마는 어쩔 수 없다.

 요즘은 사랑, 결혼보다 일이 더 중요하다는 여자들이 많아진 것 같다.  출산율 저하가 경제적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남자나 아이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여자, 권력, 출세, 돈이 더 중요한 '욘'과  같은 여자가 더 많아진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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