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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기루 May 20. 2024

 그녀가 죽었다

아침에 쓰는 일기 4

 9시 50분에 시작하는 '그녀가 죽었다'를 보러 영화관으로 갔다. 김세휘 감독의 데뷔작이라 해서 가 보았다. 그녀의 인터뷰를 보고 이력이 재미있어서다. 시나리오 공모에 응모했고 거기서 눈에 띄어 영화화하게 되면서 감독 데뷔까지 했다고 한다.

 내레이션이 나오는 영화라 해서 살짝 재미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갔다. 굳이 설명이 필요할까? 영상으로 그냥 전달해 줘도 될 텐데...

 영화는 관객이 알기 쉽게 세세히 잘 전달해 줬다. 그게 오히려 상상력을 저해한다고나 할까. 너무 불친절한 감독은 또 너무 뛰어넘기를 많이 해서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전달이 안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영화는 너무나 자세히 전개를 한다.

그리고 좀 뜨악하는 장면도 있다. 그냥 관종끼가 있는 '그녀'가 아니라 '사이코'였다. 자신이 쌓아 올린 경력에 해가 되는 사람들을 가차 없이 죽였다. 차라리 그럴 거면 '변요한'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이 아니라 '그녀'를 포커스로 하는 게 나을 뻔했다.

 처음에는 현실적 이야기로 전개되다가 나중에 '그녀'는 거의 '젤리나 졸리'급의 액션걸로 변한다. 벽을 넘어가거나 남자를 단숨에 죽이고 남자의 집으로 쳐들어가서 죽이려는 '여전사'였다.

 그저 인스타에서 관심을 끌려고 자신을 포장하는 수준의 그녀가 '여전사'의 역할을 하는 부분이 좀 비현실적이라 몰입이 안 되었다. 어디서 본 한 '시체의 사라짐'도 그렇고.

 또  '변요한'의 어머니 납골당에 찾아가서 칼을 뼛가루에 묻는 행위를 왜 해야 하는지 이해가 잘 안 됐다. 그를 끌어내서 죽이려고 했다고 할 수는 있지만 칼을 거기에 숨겨둔 이유는 뭘까? '변요한'을 범인으로 몰기 위한다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기 엄마 뼛가루를 훼손하면서까지 거기에 칼을 숨긴다고? 평소 보지 못했던 새로운(?) 장면이긴 하지만 물음표가 생기는 장면이었다.

 그녀는 확실히 '사이코'였다. 후원금을 노리고 '동물'을 죽이는. 차라리 이 부분을 좀 더 깊게 파고 들어서 '변요한'이 그녀를 공격한다면 '그녀'가 '변요한'을 죽이려는 동기가 더 뚜렷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더 이야기가 단순화되면서 '변요한'의 집요한 괴롭힘이 부각되고 '그녀'가 인터넷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우롱하면서 철저히 감춰진 삶을 살아가는 이중성을 더 부각시켰더라면 어땠을까?

 첫 데뷔작이니만큼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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