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사러 가야겠다, 겠다 하면서 안 가다가 결국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신문지에 싸여서 금방 엄마 품을 떠나 온 듯, 아이 다섯을 만났다. 눈도 뜨지 못하고 꽁꽁 언 아이스크림처럼 동글게 말려 가만히 숨죽이고 있다. 작약 향이 진하다.
염소를 제거한 물이 없어서 일단 정수기 물에 꽂았다. 같이 따라온 플로럴 폼에 꽂아서 꽃병에 넣었다. 피지 못 하고 죽으면 어떡하지?
하루, 이틀, 사흘 잘 피고 있다.
작약이 만개하면 꽃송이가 엄청 크다.
좋은 세상, 쉬운 세상. 책도 주문하면 하루 만에 오고, 꽃도 주문하면 금세 와서 향을 올려주니 참 좋은 세상이다.
다음엔 장미를 주문해야지.
하루하루 살금살금 피어나는 즐거움. 하루가 또 지났구나. 시간이 흐르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