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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5 글모음

미술품은 부적인가

by 신기루

그림, 조각이 집에 몇 개 있다. 하나하나 보면 나름 다 의미를 담고 산 거 같다.

이 조각은 엄마가 아기 둘을 데리고 억척같이 살아가는 모습이, 내 모습 같아서 샀다. 가운데 아이는 우리 둘째, 오른쪽 아이는 큰 아이. 우리 셋이 힘들게 삶을 잘 지탱하고 버둥대며 살아왔음에 감사하고 앞으로도 항상 건강하게, 꿋꿋하게 살아가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바라본다.

이 그림은 노을을 보면 행복하다는 첫째를 떠올리며 샀다. 남자아이가 둘이라 주말이면 넓은 운동장에 풀어놓고 실컷 공을 차게 했다. 얼굴이 붉은 화로보다 더 빨갛게 타올라 빙수를 맛있게 먹고 또 공놀이에 빠졌다가 집으로 돌아올 때 차창 밖으로 보이던 빨간 노을을 보면서 즐거운 나른함과 행복감이 교차했던 기억을 자주 말하는 첫째. 노을만 보면 그때 그 순간이 떠오르며 행복감에 젖는다는 첫째. 노을을 보면 슬프다는 사람에 비해 반대되는 감정을 가져서 나는 더 좋다.

통상 우울한 상황도 반전시키는 힘이 있으니까 더 건강한 쪽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이 그림은 세상의 풍파 속에서도 고요함, 단정함을 잃지 않고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나 역시 강하게 버티면 언젠가 마음의 평화가 오고 주변의 폭풍우도 가라앉겠지 하는 희망으로 샀다. 지금 나는 실제 피아노 앞에 앉아 있다. 그래서 특히 이 그림을 보면 주술적 기능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선조들이 동굴 벽화에 더 풍성한 수렵을 기대하며 그림을 그린 것도 주술 아닐까. 종교도 대부분 구복신앙 아닌가. 인간은 불안한 존재니까.

이 그림도 먹을 게 풍부하게, 넉넉하게 살고 싶다는 희망으로 샀다.

이 그림은 사자의 용맹함으로 악귀를 물리치고 더 번창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샀다. 특히 아버지의 옷을 표현하면서 이중적으로 사자의 모습이 보이는 게 재밌으면서 '아버지의 옷'에 끌렸다. '아버지'는 나에게 애증의 인물이기도 하고 그리운 존재니까.

우리의 뇌는 색과 모양에 반응한다. 특히 다양한 색들에 뇌가 자극을 받아 기분이 좋아진다.

더 사고 싶은데 현재는 돈도 없고 걸 데도 없고. 나름 의미를 부여하며 부적처럼 쓸 수 있는 그림. 집에 걸어두고 감상하면 일석이조 그 이상이다.

이 그림은 금강산 갔을 때, 아무도 그림을 사지 않을 때, 그림을 사는 나를 같이 간 동료들이 특이하게 봤다. 남들이 북한 관광품들을 살 때 내가 최초로 수집한 그림이다. 2002년에서 2003년 초로 넘어갈 즈음인가 배로 갔다가 올 때는 육상으로 왔는데 또 가고 싶다. 개성 관광길이 열리면 무조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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