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

by 신기루

방학 때면 기다렸다는 듯 고모집에 가겠다고 졸랐다. 하숙을 치던 고모는 식객들이 반가웠을까. 항상 웃는 낯빛이라 며칠씩 잘 먹고 놀았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흘러 엄마도, 아버지도, 다른 고모들도 모두 세상을 떠나고 간만에 고모집에 들렀더니 전에 하지 않던 지지리 가난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루종일 늘어놨다.

크게 공감가지 않는 이야기들, 그 안에 뼈아픈 고통의 이야기들을 섞어 용량초과 상태로 듣고 나니 물에 불은 솜뭉치를 온몸에 달고 돌아온 기분이다.

고모는 어디 가서도 하지 못할 이야기를 다 하고 나니 속이 시원하다고 했다. 근데 나는 다시 또 가서 자고 올 엄두를 못 내겠다.

자고로 내 고통을 남에게 말하는 건 삼가해야 한다. 과거를 얘기하지 말고 미래를 얘기해야 한다. 미래에 대해 할 말이 없으면 그저 경청을 하면 된다.

미래 없는 노인들의 끝없는 과거 이야기는 고문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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