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묻다

by 신기루

기차를 탔다. 봄비는 겨울을 떠나보내기 싫은 질투인양 추위를 오래 붙잡는다. 다행히 두꺼운 외투를 입을 수 있는 봄의 초입은 오히려 한겨울보다 낫다.

요즘 부동산문제로 연일 시끄러운데 결혼 자녀를 위해 집을 구해야 해서 전문가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평소 아침 루틴이 깨지고 바삐 기차역으로 갔더니 18분 연착. 대구와 서울 방향을 헛갈리는 노인들을 만나 역방향을 알려줬다.

기차칸에서 빵으로 때우고 전철을 타려는데 어리둥절 길 모르는 사람이 눈에 띈다. 그냥 내 갈길 가도 되는데 굳이 물어 본다.

목적지도 정확히 말하지 못하고 석촌이라고 했다가 잠실이라고 또 바꾼다.

촉박한 시간에도 불구하고 잠실로 가려면 이리저리 가라고 알려주고 전철을 탔다.

나랑 비슷한 엄마와 딸 둘이 전철에 오르더니 딸이 계속 밖을 쳐다보며 불안해한다.

어디 가냐고 물었다. 핸드폰을 보여준다. 신사. 일본에서 온 여행객들이다. 나도 신사 간다고 하니까 웃으며 반가워한다.

나 역시 부동산 전문가를 찾아 길을 물으러 가면서 갈 길을 모르는 이들에게 3번이나 길안내를 해 주면서 가다니. 그냥 이 우연들이 묘하다.

뭔가를 알고 싶다면 가장 빠른 길은 전문가에게 가는 것이다. 혼자 답을 찾는 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걸 오늘 다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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