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까맣다

by 신기루

얼굴이 까맣다. 같이 살던 엄마가 대구로 내려간 지 두 달 만에 만났는데. 미안해서

'햇빛을 많이 받아서 까매졌나 봐'

'그래. 그렇지 뭐.'라며 엄마가 웃는다.

어제는 내가 회식이라 남편과 엄마가 같이 밥을 먹었다. 고기를 사 드리면 그렇게 잘 드신단다. 노인들은 상시 단백질 부족인지 아버지도 돌아가시기 직전에 고기가 익기도 전에 드셨다.돼지고기는 충분히 익혀야 하는데 돼지갈비의 겉면이 익자마자 허겁지겁 드셨다. 이빨도 몇 개 없는데.

같이, 두 사람이 같이 살지는 못 한다. 엄마와 딸은. 우리 엄마와 나라서 그렇겠지만 엄마는 괜찮은데 내가 할 수 없다. 불편하다. 난 혼자 있는 게 좋다. 그러자면 아래 위층으로 따로 생활하면서 모셔야 한다. 형편이 넉넉한 집들은 그렇게도 한다. 또는 다른 아파트에 모실 수도 있다. 두 집 살림살이를 내가 해야 한다. 살림만 하는 건 괜찮다. 병원도 모시고 가야 한다. 대구에 있으면 엄마 혼자 다니던 병원에 다닐 수가 있다. 여기는 혼자서 다니지를 못 한다. 타지라서. 한 달 동안 병원을 10번 간 적도 있다. 가서 서서 대기하는데 2시간 잡아먹는다. 병원에 서 있어보면 알겠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곳이 병원이다. 휠체어를 밀고 가는 자식과 부모를 보거나 앉아서 기다리는 환자를 보며 무한정 기다려야 한다. 내 시간이 그곳에서 속절없이 흘러간다. 환자 돌보는 것만큼 지루한 일이 없다. 이 세상에는. 모든 중심이 '그'에게 있다. 나라는 존재는 누군가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것뿐이다. 그러다 보니 세상 하기 싫은 일이 그것인데 엄마와 살면 매일 그것을 반복해야 한다. 그래서 혼자 걸어 다닐 수 있을 때는 그냥 엄마 스스로 하게 하는 것이다. 나도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퇴직과 동시에 돌봄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게 너무 가혹한 것 아닌가.

어제는 고기를 잔뜩 드시고 와서 그런지 얼굴이 환했다. 우리 집에 있을 때는 부티가 난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자식이 다 해 주니까. 대구만 내려가도 혼자 다 해야 한다. 삶이 고단한 것이다. 결정적으로 아파서 거동을 못 하지 않는 한 우리는 각자 살기로 했다. 아니 나의 결정이지만.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을 하려고 하면 안 된다. 능력껏 해야 한다. 엄마랑 잘 지낼 수 있으면 같이 있어도 된다. 그런데 부양하다가 화나고 열 받아서 때리기라도 하면 안 된다. 얼마 전 능력 이상의 것을 하려고 하다가 입양아를 죽인 적도 있지 않나. 과시하고 허세를 부리면 안 된다.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랑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