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101x10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공일일공 Jan 14. 2021

8. 행복한 사람들만 하는 일은 무엇인가

졍진 작가 / 읽고 쓰고 그리고

각기 다른 분야에서 멋지게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10명의 사람이 모여 매일 101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공유합니다.  매일 답변을 공유하고, 2주마다 한 명씩 질문 하나에 대한 글을 브런치에 연재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소개할 글은 졍진님의 글입니다. 브런치를 사용하지 않는 작가님 대신 글을 올리게 되었는데요. 브런치에서 여러분들을 직접 만날 날이 곧 오기를 바래봅니다.



늘 웃는 상이었던 친구가 떠오른다. 그 애는 무슨 말을 해도 헤헤 웃었다. 선배랍시고 무언가 가르치기도 지시하기도 해야 했던 나는 그 애의 태평한 웃음과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의 태도가 답답했다. 그러다 손해 볼 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손해도 봤을 거다. 내 눈에는 사람들이 그 애를 함부로 대하는 것 같았다. 내 앞에선 안 그러던 사람들도 그 애는 너무 쉽게 대했다.


언젠가 그 애와 둘이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 애라고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었다. 불확실한 미래, 가족구성원에 대한 걱정, 묘하게 엇나가는 관계 등 평범한 골칫거리들이 그 애에게도 있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인데도 나는 조금 놀랐다. 내심 그 애의 긍정과 유쾌함이 타고난 무감함이나 쉽게 설정된 인생 난이도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닌 게 아니라 나 역시 그 애를 쉽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걱정은 되지만 그렇게 불안하지는 않아. 그 애는 그렇게 말했다. 앞으로 자기 인생이 잘 풀릴 것 같다고 했다. 언제나 자기가 준비한 것보다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운이 좋은 것 같다는 얘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도 있나?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 생에 불평이 가득해서, 모두가 그런 줄 알았기 때문이다. 네 예쁜 마음이 실제로 너를 행복하게 만드는 거야. 그 바보 같은 낙관을 모두가 좋아하게 되니까. 이번에도 속으로만 생각했다. 헤헤 웃는 웃음이 귀하게 느껴졌다.


사는 건 팍팍한 일이고 나쁜 놈들은 도처에 널려있다. 모든 행복한 사람이 바보는 아니므로, 그들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다. 행복한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관적인 증거에 더 집중할 줄 아는 사람들 같다. 반대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불행한 사람들은 많은 긍정적인 사실들을 애써 외면하면서 부정적인 사실에만 집착하지 않는가. 현실이 무엇이든 간에 구태여 스스로를 슬픔에 가둬놓아야 할 이유는 없는데도 말이다.


그러니 행복은 결과일 수 있지만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은 결정이다. 어떤 조건이 만족되어 행복이 달성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순간에 불구하고, 지속성 있는 행복을 얻고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행복하기로 마음을 먹어야 한다. 많은 부정적인 증거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증거들에 가중치를 두는 것이다. 그런 의식적인 설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은 원래 공평하거나 아름답기만 한 곳이 아니니 어쩔 수 없지.


패기 있게 말했지만 나 역시 그 애처럼 되지는 못할 것이다. 고작해야 불행에 빠지지 않고 중립적인 -늘 행복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불행한 것만도 아닌- 세상에 사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내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더더욱 그 애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다들 그 애를 좋아하고 가깝게 여긴 것 같다.



졍진

읽고 쓰고 그리고

매거진의 이전글 5. 막차를 쫓아가듯 열정을 쫓아간 적 있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