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몬스터는 왜 성공할 수밖에 없었는가.
현재 젠틀몬스터가 만들어가는 움직임에 담긴 의미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번 글에서는 젠틀몬스터의 역사와 함께 성공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게 한 주요 포인트들을 짚어 보려고 한다.
젠틀몬스터 브랜딩 과정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보았다.
<0. 브랜드 설립>
2011년, 김한국 대표는 ‘안경테’ 디자인 브랜드 젠틀몬스터를 설립하였다.
왜 안경테였을까?
안경테 디자인은 블루오션 산업이었다. 국내 안경테 제작 산업에서는 그다지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가 없었다. 더군다나 안경테는 선택적인 소비재가 아닌 필수 소비재이다. 그러므로 수요는 언제나, 어디서든, 무조건 존재한다.
<1. 첫 번째 사업: 홈트라이>
젠틀몬스터가 제시한 첫 사업은 집에서 안경을 착용해 볼 수 있는 “홈트라이”였다.
홈트라이 서비스는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 온라인으로 5개의 안경테 선택 => 고객 자택 배송 => 3일간 직접 착용 후 구매 결정 => 구매하지 않는 제품들은 3일 후 자동 반품 처리
안경점에 방문하지 않고 집에서 편하게 원하는 안경테를 착용할 수 있다는 것을 차별점으로 하였다. 젠틀몬스터의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성공적이지 못하였다. 사람들에겐 이미 집 앞 안경점에서 여러 브랜드의 안경테를 착용해 보고, 시력검사를 통해 안경알을 맞춤 제작할 수 있는 체계가 너무나도 익숙했던 것이었다.
<2. 두 번째 사업: 디자인에 집중!>
이후 젠틀몬스터는 안경테의 “디자인”에 포커스를 두기 시작했다.
기존에 유명한 브랜드들은 전부 해외 제품이었기에 동양인, 특히 한국인의 얼굴형에 맞춰 제작된 것들이 아니었다. 이에 젠몬은 한국 여성들이 선호하는 안경테를 연구했다. 그 결과, 얼굴이 작아 보일 수 있는 알이 큰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나아가 타투이스트와 협업하여 ‘예쁜’ 선글라스를 만들었다.
나는 이 지점이 “예술적인” 이미지의 시작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3. 세 번째 사업: 논현동 쇼룸>
논현동에 첫 오프라인 스토어를 오픈했다.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하였지만 처음으로 고객에게 직접적으로 젠틀몬스터만의 ‘감각’을 선보인 접점이었다.
2014년에 찾아온 기회
: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천송이 역의 전지현이 젠틀몬스터 선글라스를 끼고 등장했다.
이후 일명 ‘천송이 효과’로 대중들의 머릿속에 젠틀몬스터가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4. 네 번째 사업: 퀀텀 프로젝트>
본격적으로 브랜딩 사업이 시작되었다. 일명 ‘퀀텀 프로젝트’는 젠틀몬스터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 마케팅의 출발점이다.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25일에 한 번씩 오프라인 매장에서 전시를 개최하였다.
김한국 대표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소비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제품이 좋아야 하는 것은 물론 놓이는 장소도 매력적이어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퀀텀 프로젝트는 젠틀몬스터에 대한 소비자들의 경험을 확대시켰고, 브랜드를 명확히 각인시켰다. 이제 젠틀몬스터를 소비한다는 것은 그냥 단순히 안경을 구매하는 걸 넘어 브랜드 이미지를 소비하는 형태가 되었다. 브랜딩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일지라도 젠틀몬스터의 스토어를 경험한 소비자라면, 구매 결정에 있어 공간이 주었던 감정과 이미지가 분명히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5. 다섯 번째 사업: 콜라보레이션>
펜디, 알렉산더 왕, 오프닝 세레모니 등 익히 잘 알고 있는 명품 패션 브랜드뿐만 아니라 유니크한 패션 브랜드들과 함께 협업을 진행하였다. 이러한 활동은 젠틀몬스터의 제품을 단순한 안경이 아닌 ‘패션 아이템’으로 각인시켰다.
그리고 전 세계 패션 시장에서 절대 뺄 수 없는 기업인 LVMH가 젠틀몬스터를 선택했다. 세계 최고의 패션 브랜드로부터 인정받다니, 지금의 젠틀몬스터를 있게 한 상징적인 투자였다.
<7. 여섯 번째 사업: 제니>
국내에서 완전히 이미지를 굳힌 건 모델로 제니를 기용한 시점부터이다. 젠틀 가든부터 젠틀 살롱까지, 제니와 젠틀몬스터가 함께했던 움직임들은 센세이셔널했다. 제니의 성장에도, 젠틀몬스터의 성장에도 서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지금은 함께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제니의 영향이 가득 남아 있다. 나는 아직도 젠몬과의 콜라보 상품을 소개하던 제니의 라이브 방송이 어제처럼 또렷하다. 제니와 젠틀몬스터의 만남 이후 유독 흐린 날에도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제니가 브랜드 이미지에 끼친 영향은 다른 글에서 더 자세히 다루어보고자 한다.
현재까지 이어지는 젠틀몬스터의 꾸준한 브랜딩은 이 과정을 거쳐 구축된 초기의 정체성을 근간으로 삼고 있다.
젠틀몬스터의 히스토리를 조사하면서 도대체 무엇이 이 많은 사업들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성공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고민해 보았다. 내가 발견한 답은 다음과 같다. 본질을 잃지 않는 거. 젠틀몬스터는 당장 눈앞의 성과에 치중하느라 자신들이 무얼 하는 브랜드인지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는 다음 3가지 포인트가 있다.
제품성 확보
소비자는 현명하다. 퀀텀 프로젝트로 젠틀몬스터를 처음 접했다면, 이전과는 다른 예술적인 브랜드의 등장에 감격해 안경을 구매했다고 생각해 보자. 예술적인 이미지만큼 자동적으로 좋은 퀄리티의 안경을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코가 아프고 그다지 잘 보이는 거 같지 않다면 실망감은 배가 된다. 그리고 소비자가 인식한 브랜드 이미지는 환상이 된다. 결국 이 환상은 곧이어 다른 소비자에게도 전해져 모든 브랜드 이미지는 거품이 된다. 하지만 젠틀몬스터는 그 무엇보다도 제품성에 진심이었다. ‘아이웨어’의 기능을 벗어나지 않고 기능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 동양인의 얼굴 골격을 분석해 편안한 착용감을 구현하고 세계 최고 광학 기업인 독일의 칼 자이스 렌즈를 활용하였다. 평면 렌즈 기술 또한 실현시켰다. 비교적 최근에 휴대용 아이웨어를 선보였는데 안경이 막 다 접혀서 손바닥만 한 파우치에 들어가는데도 기술력만큼은 절대 작아지지 않았다.
일관적 브랜드 이미지 유지
만약 천송이 선글라스로 이름을 날린 후 광고 및 셀럽 마케팅에만 집중했다면 지금의 젠틀몬스터가 될 수 있었을까? 절대 아니다. 연예인들한테 매번 새로운 라인을 출시할 때마다 저희 안경 써주세요 하고 택배를 마구 보냈더라면, 그거에 의존했더라면 지금의 젠틀몬스터는 없었다. 전지현의 도움을 받아 브랜드 네임을 알린 후 젠틀몬스터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해 투자했다. 단순히 다른 셀럽들에게 자신의 안경을 보내기보다는 젠틀몬스터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 있는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자신들의 이야기를 더욱 세밀하게 구축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고객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으며, 이야기 전달에 성공했다.
아이웨어의 예술화를 수용할 수 있는 대중
질 좋고 예쁜 아이웨어를 만들었는데 사줄 사람이 없다면 성공이라고 할 수 없다. 한국의 소비자들은 파격적인 젠틀몬스터의 미학과 그에 따르는 대가를 이해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생활 수준 향상에 따라 패션 및 소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지금의 시대가 아니었다면 ‘무슨 안경 하나에 돈을 이렇게 써?’와 같은 반응이었겠지만 지금의 소비자들은 다르다.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가치 있는 소비라면, 특히 타인으로부터 더욱 가치 있는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서라면(있어빌리티) 주저 없이 지갑을 연다. 이러한 문화가 젠틀몬스터의 예술적인 도전에 큰 서포트가 되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