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일상생활 훔쳐보기-
작년 초겨울이었다.
내가 사는 곳은 도시에서 조금은 외진 곳.
수업을 마치고 고된 몸을 이끌고
즐거운 가락에 맞춰 핸들에 손가락을 튕기며
운전을 하고 있었다.
그때, 아기 노루가 필사적으로 뛰어들어 부딪혔고 아기 노루는 죽었다.
차 범퍼는 전체를 갈아야 할 정도로 심각했다.
내가 느낀 죄책감과 두려움은
항상 그 길을 지날 때면 어김없이 찾아왔고
그러다 오월 초여름,
헤드라이트를 켜니 벌레들이 엉켜 날아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선 창가에 맹렬히 날아와 부딪히며
죽어 나갔다.
그때 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같은 생명체인데
한 마리 아기 노루에 대한 죄책감은 크고
많은 벌레들이 죽는 것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까?"
난 그때 알게 되었다.
죄책감과 두려움 모두
내가 '정의'하는 방식에 달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