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Tangerine
Mar 10. 2020
대만식 밀크티는
아득히 정신을 잃어버릴 정도로 달달했다.
그래서인지 대용량 티백까지 구입했고
일하고 집으로 오면 늘 한잔씩 들이부었다.
늘 그런 반복은
어쩔 수 없는 '질림'을 불러오는 걸까?
어느 날 갑자기 밀크티의 달달함을
생각만 해도 물렸다.
밀크티를 집에서 먹으면서도
가끔 스타벅스에서 커피 더블샷을 마셨다.
가성비를 생각해
집에서도 비슷한 맛을 즐겨보려
캡슐 커피를 시작했고
다양한 캡슐커피 중
커피 더블샷과 가장 비슷한 맛을 내는
블론드 에스프레소에
클래식 시럽과 서울 우유를 들이붓는다.
그렇게 그 맛을 알아가다
커피 더블샷의 쓰지만 단 맛에 또 질려버렸다.
지나온 시간들을 뒤돌아 봐도
이처럼 어느 날 갑자기 질려버린 것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신라면,
뒤통수를 때린 선배,
스타크래프트,
레몬맛 사탕...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은 흠뻑 느껴보고선
다음 스텝(Step)으로 가야 하는 과정처럼
그렇게 잊혔고 가끔 생각도 났다.
그래서일까?
어쩌면
'질리다'는 말은
내가 그 시기에 무엇이 결핍되어 있었고
왜 그것으로 자신을 채웠는지 알 수 있는 동사는 아닐까?
'나는 이게 물리고 질렸어.'
이 말을 그대가 내뱉고 있다면
그대의 결핍은 채워졌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야 할 때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