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가 요즘 삶이 답답하고 올해도 다 가고 있으니 내년 운세 볼 겸 같이 사주를 보러 가자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예전에 사주 보러 갔었던 일들이 생각났다.
처음 사주를 본 건 20대 중반쯤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 사주카페가 유행이어서 사주에 관심이 없어도 호기심에 친구들과 한 번쯤은 가보는 그런 곳이었다.
나도 그렇게 친구들과 함께 한 사주카페를 방문해 처음으로 사주를 봤다.
사주 봐주시는 분이 나에게 평탄하게 잘 살 좋은 사주라고 했다.
그런데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서른 전에 결혼하면 이혼수가 있어서 서른 넘어서 결혼하는 게 좋을 거라고 했다.
그냥 가볍게 재미로 본거라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겼었다. 다행인지 서른 전에 결혼하지 않아서 이혼도 없었다.
그리고 몇 년 후, 한 친구가 사주카페가 아닌 사주를 전문적으로 잘 보는 곳이 있다며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갔다.
이번에도 신기하게 사주카페에서 봤던 사주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상급 사주인데 결혼운이 좀 늦게 온다고 했다.
나는 다른 좋은 얘기만 귀 기울여 들었고, 결혼운은 크게 관심이 없을 때라 그런가 보다 하고 말았다.
그리고 몇 년이 흐른 32살 때 다른 친구와 함께 사주를 보러 갔다.
이번에도 이전과 비슷한 얘기들을 해서 큰 감흥이 없었는데 한 가지 새로운 이야기를 했다.
내가 손재주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내가 말했다.
"저는 딱히 손재주가 없는데요."
사주 보는 분이 대답했다.
"본인이 잘 몰라서 그래요~"
이게 뭔 소린가 싶었지만 바로 결혼운 이야기로 넘어가서 나는 더 따지지 않고, 그냥 들었다.
가장 최근의 결혼운은 1년 전인 31살에 있었다고 했다. 그때쯤 만났던 사람이 있어서 결혼운은 맞으려나 싶어 그때부터 집중했다.
과거의 결혼운에 이어 31살 이후의 결혼운 나이를 알려주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40대로 크게 점프하였다.
41살을 시작으로 봇물 터지듯이 계속 결혼운이 나오더니 50대까지 이어졌다.
'결혼 적령기가 30대인 줄 알았는데 앞으로 40대로 바뀌나? 아냐, 이럴 리 없어! 30대 결혼운 몇 개 못 보고 지나쳤을 거야!'
사주 보시는 분이 내 결혼운 나이를 줄줄 읊고 있을 때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잘못된 거 같아서 중간에 빠진 나이가 있는 거 같다고 물었더니 그분이 단호하게 없다고 했다.
사주가 다 맞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결혼이 필수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30대에 결혼운이 단 한 번뿐이고, 그것도 이미 지났다니 큰 충격이었다.
그 후로 나는 사주를 보러 가지 않았고, 친구의 사주 보러 가자는 한마디에 이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그런데 제일 충격적인 사실은 그 사주가 맞았는지 지금도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럼 내년이 결혼운이 있는 해인데 결혼을 하려나?
내년 결혼운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서 사주 보러 가자는 말이 꽤 솔깃했지만 결국 사양했다.
만약 결혼운이 맞으면 내가 사주를 너무 믿게 될 거 같고, 틀리면 실망할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마음이나 상황이 불안하면 사이비, 점 등에 빠질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32살 이후로 지금까지 사주 안 보고, 잘 살았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