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잠시 활동했었던 동호회 언니에게서 모바일 청첩장을 받았다. 코로나 이후 만난 적은 없었지만 오랜만에 받는 청첩장이라 반가웠다.
예전 같았으면 친분이 두터운 것도 아니고, 만난 지도 꽤 됐는데 굳이 나한테까지 청첩장을 주는지에 대해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은 반응이 나왔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
축하하는 마음과 함께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40대의 조금 늦은 결혼이라 그랬던 걸까?
20대 때는 청첩장을 받으면 축하하며 대부분 참석했었다. 그런데 서른이 넘으면서부터 청첩장을 받으면 결혼식에 갈지 말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결혼식 참석이 단순히 축하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되면서부터이다.
보통 여자들은 20대 중후반 정도부터 본인 또는 친구들의 결혼이 시작된다. 그리고 결혼하는 친구가 늘어나면서 결혼 전후로 사이가 틀어진 친구가 한 명쯤은 생기게 된다.
축하받고, 축하해줘야 할 결혼으로 왜 사이가 틀어지게 됐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3가지 이유가 있다.
1. 결혼 준비를 도와줬는데 홀대받았을 때
결혼을 준비하면 친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웨딩 촬영할 때 도와주거나 결혼식 당일 일명 '가방순이'라고 부르는 신부 축의금을 따로 받아주는 역할이다. 친한 친구라면 충분히 해줄 수 있는 부분이긴 한데 신부가 고마움을 표현하지 않거나 당연시할 때 트러블이 생긴다.
2. 결혼 후 사이가 멀어지거나 연락이 끊길 때
1번의 경우는 친한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일인데 2번은 친구뿐만 아니라 지인과의 관계에서 자주 생긴다.
아무래도 결혼하면 결혼 전과 환경이 많이 변하게 된다.
친한 친구라고 해도 결혼 전처럼 자주 연락하고 만나지는 힘들다. 그래도 연락은 가능할 텐데 연락도 잘 안되면서 서서히 멀어지는 경우들이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레 연락이 끊기게 된다.
친한 친구도 이런 일이 생기는데 덜 친한 사이에 연락이 끊기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그러다 보니 청첩장을 받으면 축하하는 마음과 동시에 결혼 후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그래서 결혼 후 연락이 끊길 거 같다는 예상이 되면 참석하지 않는 걸 택한다.
또, 몇 년 동안 연락 안 하다 결혼 소식을 전하는 경우도 안 간다. 지금도 오랜만에 연락이 닿았는데 결혼 후면 오죽하겠는가?
3. 내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을 때
이번 경우는 1, 2번과 달리 결혼 당사자가 화가 나는 경우이다. 가족이나 본인에게 큰 문제가 있으면 이해해 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서로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며 대부분 절교로 이어진다.
결혼이라는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참석해서 축복해 주는 일은 좋은 일인데 순수하게 축하만을 위해 참석하지 못하고 많은 생각을 한다는 게 안타깝긴 하다.
그래서 '결혼은 일찍 하는 게 장땡'이라는 말이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여러 생각하지 않고, 축하만을 위해 결혼식에 참석하니까.
더구나 코로나 때문에 참석 여부에 한 겹 더 고민이 더해졌다.
아마 나의 결혼식 참석 기준으로 그 언니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을 거 같지만 진심으로 축하한다.
언니, 결혼 정말 축하하고, 행복하게 잘 살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