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할 때가 따뜻한 봄이 올 무렵이었는데 어느새 찬바람이 부는 계절이 왔다. 그동안 나는 총 10명을 만났다. 아쉽게도 인연으로 이어진 사람은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의 소득은 있었다. 내가 결혼정보회사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해 확실하게 파악하게 됐고, 요즘 40대 중반의 남자들에 대해서도 좀 더 알게 됐다.
그래서 이 부분들을 정리해 보았다.
1. 프로필 키의 비밀
내가 만난 사람은 10명이었지만 실제 받은 프로필은 50명이 넘었는데 프로필에 표기된 키가 대부분 173cm였다. 그런데 실제로 만나보니 모두 그 이하로 보였다. 왜 그런가 생각해 보니 2021년 병무청 기준 남자 평균 키가 174.1cm여서 비슷하게 맞춘 것 같았다. 내가 보기에 프로필 표기 174cm까지는 3cm 정도 올린 것 같고, 175cm 이상인 사람은 본인 키로 보였다. 매니저가 올린 건지 본인이 올린 건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그렇다.
2. 알쏭달쏭한 프로필 사진
요즘은 어플 하나만으로도 꽃미남, 꽃미녀를 만들 수 있는 시대라 다른 사람 같은 프로필 사진이 많다. 결혼정보회사의 프로필 사진도 마찬가지이다.
그나마 나는 40대라 심한 보정을 한 사진을 많이 보지는 않았는데 10명 중 사진과 꽤 다른 사람이 3명 있었다. 1명은 실물보다 많은 보정을 해서 좀 놀랐고, 또 다른 1명은 옛날 사진이라서 다른 사람 같았다.
마지막 1명은 실물이 더 나았는데 사진과 분위기가 너무 달랐다. 사진 속 인물은 착실한 공학도 같은 모습이었는데 실제 모습은 사회생활 만렙의 능글맞은 부장님 같았다. 결론적으로 내가 본 사진 속의 사람이 실제 모습과 많이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는 게 마음 편할 것 같다.
3. 관리하는 중년의 남자들
10명 중 7명은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으며 그래서인지 대부분 배도 나오지 않았다. 40대 중반 남자들은 몸매 관리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나의 선입견이었다. 미혼이어서인지 관리하는 남자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나를 반성하게 했다.
4. 요리하는 남자가 얼마나 될까?
나이가 나이인지라 혼자 사는 남자들이 대부분이었고, 꽤 오랜 시간 혼자 살아서 요리하는 사람이 좀 있을 줄 알았는데 한 명도 없었다. 1인분을 요리하는 것보다 사 먹는 게 더 저렴해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얘기해 보니 그게 아니었다. 요리할 의지가 없어서였다. 사례수가 10명으로 매우 적지만 이 나이대의 남자들은 비슷한 사람이 많을 것 같다
5. 불혹(不惑)의나이가 되었다.
공자가 왜 40세를 불혹(不惑)이라고 했는지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됐다.남녀 모두 이성에게 쉽게 혹하지 않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연애는 남자의 구애로 시작한다.
그래서 혈기 왕성한 20대에 가장 적극적이며 30대 초반까지 이어지다 어느 순간 그 열정이 사그라들며 여자보다 중요한 것들이 많아진다. 연애를 많이 해본 남자일수록 그 깨달음은 빠르다. 이효리의 말처럼 '그놈이 그놈이다.'를 몸소 깨달은 것이다.
40대가 되어 결혼정보회사까지 온 이상 그냥 여자가 아닌 결혼해서 함께 가정을 꾸려나갈 배우자를 만나야 한다. 그래서 외모 하나에 혹하지 않는다.
외모, 성격, 경제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보며 여자 또한 마찬가지이다. 40대가 되니 이성보는 기준을 많이 내려놓았다고 생각하지만 더 엄격하게 보는 부분도 생겼다. 이래서 멋모를 때 결혼해야 한다는 말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것 같다.
10번째 만남 이후 추가 프로필을 받았지만 11번째 만날 사람을 정하지 못한 상태이다.
여러 명 만나보면 내가 원하는 사람이 더 확실히 보일 줄 알았는데 막상 그렇지가 않은 것 같다.
11번째, 12번째 만남을 하면 좀 더 확실해질까?
이제 결혼정보회사에 적응이 된 건지 현타가 오거나 조급한 마음은 없다. 프로필을 더 받다 보면 11번째, 12번째 만남도 이뤄지겠지...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좋은 만남이 이뤄지길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