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가까워진 우리는 보통의 연인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이건 나만의 생각이었을까? 아니면 너무 성급한 판단이었던 걸까? 전혀 생각지 못한 큰 사건이 생겼다.
설연휴 전 날 우리는 즐겁게 데이트를 했고, 각자의 가족과 설을 보낸 후 연휴 마지막 날 다시 만나기로 했다. 그의 본가는 먼 지방이어서 다음날 새벽 일찍 출발한다고 했고, 집에 도착하면 연락한다고 했다. 그러나 다음 날 오후가 되도록 그에게서 연락이 없었다.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리려다 장거리 운전이니 혹시나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카톡을 보냈다. 한 시간쯤 후, 그에게서 답장이 왔다. 많이 피곤해서 늦잠을 자는 바람에 늦게 출발해서 아직 가는 중이라고 했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지나 잘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고, 밤에는 통화도 했다. 사람 고치는 건 역시 어려운 일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니 희망을 가져보기로 했다.
그러나다음날인 설날 당일에 그의 연락은 없었다. 여동생네가 오는데 어린 조카들 놀아주느라 힘들 거 같다는 얘기를 미리 들었고, 가족들과의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나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 어느덧 연휴 셋째 날이 되었는데 여전히 그의 연락은 없었다. 누가 먼저 연락하느냐가 중요한 건 아니니 내가 먼저 해도 되는데 이번에는 나도 오기가 생겨서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진짜 밉지는 않은 걸까? 그의 연락을 기다리며 다가오는 발렌타인데이를 맞이해 그에게 선물할 컵케이크를 만들기로 했다. 나의 이런 마음을 모르는 그는 케이크 시트를 굽고, 데코를 하고, 케이크가 다 완성된 후에도 연락하지 않았다.
이왕 기다린 거 이번에는 꼭 그의 연락을 먼저 받아보고 싶어서 기다리다 어느새 한밤중이 되었다. 그때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걸 감지했지만 장거리 운전과 조카들과 놀아주느라 녹초가 되어 잠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이 되었는데도 그에게서 연락이 없었다. 그제야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직감한 나는 바로 카톡을 보냈다. 무슨 일이 있는 건지 30분이 지나도록 답장이 없었다. 다급해진 나는 전화를 했는데 전화도 받지 않았다. 우선 기다려보기로 하고, 다시 30분을 더 기다렸는데 여전히 답장도 전화도 없었다. 걱정이 되기 시작한 나는 다시 카톡을 보내고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저녁이 다돼 가는데도 그의 전화는 오지 않았고 카톡의 1도 없어지지 않았다.
설마... 설마... 잠수 이별인가?
40대의 나이에 그것도 결혼정보회사에서 잠수 이별이라니... 엊그제만 해도 다정하게 통화하며 연극을 함께 보자고 했던 사람이 이럴 수가 있나? 믿어지지 않았고, 믿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예의 없는 사람일 줄은 정말 몰랐다. 내가 남자 보는 눈이 이리도 없었나? 너무 충격을 받아서인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내가 봐온 그는 이 정도로 예의 없는 사람이 아닌데 이게 무슨 일인 걸까? 그리고 잠시 후, 그에게 분명 무슨 사정이 있을 것이며 연락이 곧 올 거라는 희망회로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달도 채 보지 않은 사람 속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메시지 알림음 소리가 들렸다. 역시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휴대폰 메시지를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