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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엘리아나 Apr 12. 2020

미혼과 비혼 사이

나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

비혼주의자가 아닌데 결혼을 안 했으니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결혼이 필수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와 맞는 좋은 사람을 만난다면 하고 싶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결혼에 대해 큰 관심을 갖거나 노력을 하지 않았다.

또한, 별로 외로움을 타지 않아서 연애에도 크게 관심이 없었다.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고, 여행과 문화생활을 즐기며 호기심이 많아 이것저것 배우며 즐겁게 살았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어느새 마흔이 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더 이상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남은 생을 함께하면 좋을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힘이 되는 누군가와 함께.



내가 먼저 적극적이지 않았을 뿐, 선이나 소개팅이 들어오면 나갔었다. 그러다 서른 즈음부터는 몇 번 만나보고, 결혼할 사람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정리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람이 청혼을 한 것도 아니고 결혼에 대해 구체적인 얘기도 한 적이 없었는데 나만의 잣대로 판단하고 결정했다.

그렇게 서른 이후 만나는 남자는 그 사람을 제대로 알기도 전에 나 혼자 결혼이라는 틀 안에 맞춰 그 사람을 판단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틀에 맞지 않으면 바로 'NO'를 외쳤다.    

어떤 사람인지 자세히 알아볼 마음도 없이 몇 번의 만남으로 상대를 판단하고 나와 맞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경솔한 행동이었다. 뒤늦게 나의 과오를 깨닫고, 열린 마음을 가졌지만 이제는 만날 기회 자체가 현저히 줄었다.


비혼주의자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고, 결혼하는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결혼 적령기'는 존재한다.

결혼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마흔 전에 결혼을 한다.

나는 어느새 그 '결혼 적령기'를 넘긴 나이가 되었다.

내 또래의 결혼 생각이 있던 사람들 대다수가 결혼을 했으니 만날 사람이 확 줄어들 수밖에 다.

이제라도 적극적으로 만나보려고 했는데 만날 사람도 기회도 너무 없어졌다.

좀 더 빨리 이런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늦어서 아쉽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이미 많이 늦은 거라서 기회는 점점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포기하면 기회는 아예 없다. 늦어진 만큼 좀 더 적극적인 태도와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인연이 없다고만 생각하고 노력할 생각은 1도 없었던 것 같다. 아마 막연하게 나도 때가 되면 남들 다하는 결혼 나도 할 수 있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결혼 생각이 있었으면 해 볼 수 있는 방법은 해봤어야 했다.

그래서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소개팅이나 선이 어려워 주위 사람들의 추천을 받아 동호회를 찾아봤다. 그리고 평소 관심이 있던 걷기, 사진, 미술, 독서 동호회 등을 가입했다.

그런데 걷기 동호회에서는 열심히 걸어서 체력이 좋아졌고, 사진 동호회에서는 사진 잘 찍는 방법만 배우고, 미술 동호회에서는 전시만 열심히 관람했고, 독서 동호회에서는 지적 수준만 높여갔다.

진정한 동호회의 열심회원이었다.

그래서 이러다 취미만 늘겠다 싶어서 좀 더 적극적인 만남을 위해 친목 동호회에 가입을 했다.

친목 동호회는 친목을 주로 술로 다졌다. 술을 잘 못 마시는 나는 2차, 3차까지 이어지는 자리가 부담스러웠고, 자연스럽게 나가지 않게 되었다.

그 와중에 친화력은 좋아서 친한 여동생과 언니가 생겼다. 의도하지 않았던 여자 인맥들만 늘어갔다.

그래서 새로운 동호회를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나갈 수가 없다.


그래도 나는 계속 노력해보려고 한다.

내가 먼저 더 좋은 사람이 되어 나와 잘 맞는 좋은 사람을 넓은 시야를 가지고 찾아볼 것이다.

어쩌면 그런 좋은 사람을 못 만날지도 모른다.  

그래도 아직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사람이 어딘가에는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으니까.

나는 여전히 미혼과 비혼 사이 어딘가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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