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회사에서 울어본 건 신입시절 때였다.
업무 관련 오해가 생겨서 같은 팀의 대리에게 혼났었는데 처음 겪어보는 상황이라 내 입장을 제대로 설명 못하고 어버버만 하다 대화는 끝났다. 뒤늦게 오해당한 것과 그 오해를 풀지 못한 억울함에 양치질을 하며 울었었다.
그리고 울면서 한 가지 깨달았다. 회사에서 나는 나 스스로 알아서 지켜야 한다는 것을.
그 이후로 내 입장을 설명할 때 어버버 하는 일은 없어졌다.
처음 서럽게 울었던 것이 회사생활을 하는데 중요한 경험이 되었다.
신입시절이 지난 몇 년 후, 우는 일은 다시 생겼다.
이번에는 연봉 협상을 할 때였다. 예상보다 적은 인상률에 서운한 마음이 복받쳐 올라 갑자기 눈물이 났다.
속상함의 눈물이었다. 그렇지만 울면서도 신입 시절 깨달았던 점을 잊지 않고, 내 입장은 차근차근 다 얘기했던 것 같다.
화가 많이 났을 때 어느 정도의 감정 표현은 하되, 마음속의 화를 다 쏟아내면 안 된다. 우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회사 생활 힘든 건 누구나 마찬가지이고, 울고 싶은 순간도 많지만 참기 때문이다.
감정을 조절해서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도 회사생활에 중요한 예절이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눈물이 나오는 경우가 생긴다.
하루는 점심을 먹으려고 숟가락을 드는 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졌었다. 그때의 눈물은 과중한 업무로 인한 힘듦의 눈물이었다. 그 후, 업무 조정이 되며 잘 넘어갔다.
시간이 흘러 10년 차가 넘어가면서 산전수전 다 겪으며 내공이 쌓였고 우는 일도 없어졌다.
그런데 최근에 우는 일이 생겼다.
이번에는 분노의 눈물이었다.
자신만의 주장을 내세우는 말이 통하지 않는 클라이언트와의 언쟁 후 자리에 돌아오니 꾹 참고 있던 분노가 폭발하며 눈물이 나왔다.
더는 우는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17년 차가 됐는데 울다니 나 자신에도 놀랐다.
하지만 울고 나서의 나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예전에는 울고 난 후, 그 여운이 며칠을 갔었다.
퇴근 후에도 그 기분이 남아있고, 주말에 친구를 만나면 그 얘기를 하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분노의 눈물을 흘린 후, 친한 팀원들에게 하소연 한 뒤, 달달한 커피 한 잔 마시고 잊어버렸다. 그리고 다음 날에는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 위한 회의를 하며 대책을 세웠다.
예전과 비교하자면 울 때의 감정이 100이라고 하면 0으로 내려가기까지 한참의 시간이 필요했는데 이제는 회복시간이 훨씬 빨라졌다. 그리고 언제 울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횟수도 적어졌으며 다음을 대비하는 여유도 생겼다.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 수 있었던 건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1. 울기 전의 전조 증상을 느끼고 제어했다.
감정이 복받쳐서 눈물이 나기 전 특유의 그 느낌을 알아차려서 눈물을 막았다. 그 방법은 상황에 따라 달랐다. 심호흡을 하거나 말하는 도중이면 잠시 말을 쉬거나 물을 마시는 등 행동에 변화를 줬다. 이런 여러 방법을 시도하다 보니 눈물이 나기 전에 멈출 수 있었다.
2. 나만의 빠른 회복 방법이 있다.
나는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진정 겸 기분 전환 겸 달달한 커피를 한 잔 마시거나 친한 동료에게 하소연한다. 그러면 기분이 좀 풀린다. 이렇게 회사에서 잠깐 짬을 내서 기분을 풀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다 회복이 안되더라도 안 좋은 기분은 퇴근과 함께 회사에 두고 와야 한다. 집으로 가져오는 순간 그 기분은 다음날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이렇게 하는 건 당연히 어렵고, 집에서 잘 쉬다 갑자기 그 생각이 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회사 생활과 개인 생활의 분리는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며 실현 가능하다.
3. 이 또한 지나간다.
울 때의 그 감정은 세상 억울하고, 화가 나고 말로 표현이 다 안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잊히고, 내성이 생기면서 나 자체가 단단해진다. 그리고 알게 된다.
이 또한 지나갔고, 다시 또 오겠지만 역시 지나갈 것임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17년 차가 돼서도 운 걸 보면 내가 단단해진 만큼 힘든 일도 더 날카롭게 나를 찌르는 것 같다. 어쩌면 20년 차에도 우는 일이 생길지 모르겠다.
그러니 회사 일로 울었다고 해서 위축되거나 패배감을 느끼지 않기를 바란다. 분명히 한 번 울 때마다 배우는 것이 있고, 다음에 잘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러면서 한 단계씩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