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입 시절을 돌아보면 나는 고분고분하기보다는 할 말은 하는 신입사원이었던 같다.
팀장과 단둘이 면담을 할 때 나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OO 씨랑은 면담할 맛이 나. 본인 생각을 잘 얘기하니까"
아마도 눈치 보지 않고, 내 입장을 제대로 말하는 모습을 좋게 봐줬던 것 같다.
사실 신입사원인 나와 팀장 사이는 워낙 직급과 나이 차이가 나고 업무적으로도 같이 하는 일이 적어서 팀 내 상사들이 팀장을 어려워하는 것처럼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2년쯤 지났을 무렵, 회사 조직 개편으로 새로 만들어진 팀으로 옮기게 되었다.
그 팀에서도 여전히 막내였지만 팀장을 비롯한 팀원들 모두 입사 때부터 언니, 언니하며 지내던 사이들이라 편하게 지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부하직원도 생기게 되었지만 오랜 기간 지속됐던 언니, 동생처럼 지내던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게 잘못된 관계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기존에 언니, 동생으로 지내던 사이가 갑자기 한 팀이 됐다고 기존의 관계를 갑자기 없앨 순 없었다.
하지만 새로 입사하는 부하직원과는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야 했는데 언니, 동생의 연장선으로 어어갔다.
그러다 보니 상사와 부하직원보다는 친한 언니, 동생 같은 느낌이어서 상사로서 쓴소리를 하는 것이 힘들었다.
부하직원으로서의 할 말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는데 상사가 되어 부하직원에게 쓴소리를 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 되었다.
내가 참고 넘어가는 것이 쓴소리로 인해 얼굴 붉히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어쩌면 내 안에 '착한 언니'만 되고 싶은 생각이 자리 잡고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방법은 결코 서로에게 좋은 게 아니었다.
내가 그때 쓴소리를 했다면 잠시 얼굴은 붉혔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쓴소리를 할지 고민하며 부하직원의 성장에 도움을 줬을 것이다.
잠깐의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결과가 지금도 여전히 나에게 어려움을 주고 있다.
부하직원에게 쓴소리를 하는 게 쉽지 않지만 분명히 해야 하는 순간이 있고, 해야만 한다.
처음은 어렵겠지만 한 번 해 보면 상대의 반응과 효과에 따라 더 좋은 방법을 찾아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말로 하기 너무 어렵다면 이메일을 추천한다.
말로 하려고 하면 쉽게 말이 안 떨어질 수가 있고, 대본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쓸데없는 말들이 나올 수가 있다.
또, 부하직원의 반응을 신경 쓰다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다 못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고, 말 잘하는 부하직원이면 오히려 내가 페이스에 말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이메일을 쓰면 이런 실수를 미리 막을 수 있다.
메일을 쓰면 해야 할 말을 한 번 더 정리하게 되며 꼭 필요한 말들만 쓰게 된다.
그리고 기록에 남기 때문에 조심하면서 정확한 내용만 쓰게 된다.
그럼, 그 메일을 받은 부하직원도 말로 쓴소리를 듣는 것과 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다.
서면으로 내용을 전달받는다는 것은 말로 하는 것보다 무게감이 있다. 중요성이 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메일을 받은 후에도 시정이 되지 않거나 더 큰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중요한 증거가 될 수도 있다.
이메일을 쓰고 나서 주의할 점은 그 부하직원을 이전과 똑같이 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부하직원과의 관계가 그대로 유지될 수가 있다.
쓴소리를 하는 것은 상사로서의 역할 중 하나이고, 부하직원은 그 점을 잘 받아들이면 한층 성장할 수가 있다.
상사가 쓴소리를 하는 것이 듣기 싫을 수 있지만 상사도 쓴소리를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상사도 쓴소리를 할 때 부하직원의 입장을 헤아려가며 해야 한다.
꼭 필요한 쓴소리를 제대로 하고, 잘 받아들인다면 분명 쓴소리는 서로가 더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