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여기 다니세요?

by 라엘리아나

얼마 전 다른 회사로 이직한 동료를 몇 년 만에 회사에서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 옛 동료가 나를 보자 이렇게 말했었다.

아직도 여기 다니세요?

나는 멋쩍게 웃으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라고 대답했고,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헤어졌다.

그리고 자리로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내가 왜 그렇게 대답했는지 후회가 됐다.

나의 17년의 회사생활은 나에게 성실성의 상징이자 자부심이었는데 왜 나는 그렇게밖에 대답을 못했을까?

그러고 보면 요즘은 한 회사에 장기근속을 한다는 게 흔한 일도 특별히 자랑스러운 일도 아닌 것 같다.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없어진 지 오래됐고, 40대가 넘어가면 명퇴의 두려움이 시작된다.

회사를 인생의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하며 몸 바쳐 일하던 시대는 지나갔고, 지금은 워라밸이 강조되며 삶에서 회사의 비중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그러면서 회사 자체보다는 '어떤 일'을 하는지가 더 중요해졌고,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회사에 대한 충성도는 낮아지게 됐다. 그러니 굳이 한 회사를 다니기보다는 조건이 더 좋은 회사로 옮기는 것이 추세이다.

이런 트렌드를 보면 한 회사를 17년을 다니고 있는 나는 시대에 뒤처지는 사람일 수도 있다.

알고 있었지만 모른척하고 싶었던 마음을 들켜서 나도 모르게 저런 대답이 나온 것일까?


트렌드에 맞춰 산다는 게 꼭 맞는 것도 잘 사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너무 뒤처지고 싶지는 않다.

그러다 보니 뒤처져 보이고 싶지 않으면서 나의 자부심인 오랜 회사생활을 부정하지 않는 말을 찾다 순간적으로 어정쩡한 대답이 나온 것 같다. 그럼 나는 내가 대답한 것처럼 어쩌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한 회사를 다니게 된 걸까?

생각해보니 이직의 기회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몇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고민하다 최종 선택은 지금의 회사였다. 높은 연봉보다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회사에 대한 애정에 초점을 맞춘 선택이었다.

'그때 옮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최선을 다해 고민했던 그 당시의 나의 선택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퇴사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꿋꿋이 잘 이겨냈다. 이 부분이 내가 자부심이라고 생각하게 된 이유가 된 것 같다. 퇴사하고 싶은 걸 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위기를 잘 이겨낸 것은 충분히 칭찬받을만한 일이다.

분명 17년 동안 한 두 번이 아니었을 테니까...



나는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일하며 내 자리를 지켰다.

특별한 사정이 생기지 않는 한 나의 회사생활은 계속될 것이다. 트렌드에 조금 뒤처진다고 해서 나의 자부심을 놓칠 순 없으니까!

다음에 또 그 동료를 만났을 때 비슷한 말을 한다면 이렇게 대답해야겠다.

"아직도 잘 다니고 있고, 정년 퇴임할 때까지 다니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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