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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enB Dec 22. 2021

반가워요, 브런치! 작가님! 독자님!

안녕하세요. 늦은 인사를 올립니다.

브런치를 알게 된 계기는 여동생 덕분이었습니다.  


9월 초쯤 전주에 사는 여동생 집엘 다녀왔었습니다. 전주에 위치한 공기업에 다니는 제부 이직의 궁금증과 여러 사정을 듣고 밀려오던 걱정을 내려놓기 위해서였죠. 부모님과 제 걱정과는 달리 제부와 동생은 자신들이 선택한 길에 흔들림 없이 다부진 마음으로 가보지 않은 길에 염려를 안고도 편안해 보였습니다. 치솟는 물가와 경제적 어려움, 가진돈을 모조리 털어서라도 살 수 없는 금값이 되어 버린 집값에 체념 어린 농담을 주고받다가, '글'을 써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던 거 같습니다.(이런. 취중이었거든요!)


동생은 마지막 잔에 남은 맥주를 비우며 "언니! 그럼 브런치~ 브런치 해봐" 동생의 말에 브런치가 뭐냐고, 물었습니다. 옆에 있던 남편의 '아점?'이라는 싱거운 말에 맞아요, 형부~ 대꾸해주며 그것이 무엇이냐고 채근하는 내게 동생은 '브런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동생은 독자입니다. 그런데 제 브런친 구독하지 않더군요. 하하) 10년 전에도 아기만 기다리던 일상의 무료함을 느낀 내게 블로그를 해보라고 권유했던 것도 동생이었거든요.


동생 덕에 시작했던 블로그에는 350개의 글이 있고, 300명이 채 안 되는 이웃들이 있어요. 사진과 정보, 상업적인 색깔이 짙어진다고 느낀 블로그에 어느 순간 글을 올리며 오롯이 '글'에 집중하고 싶은 저와는 색깔이 맞지 않다고 느끼던 찰나였습니다. (저만 느끼는 것이었으니, 오해가 없으시기를 바라요. 사람은 모두 느끼는 바가 다를 테니까요. 꾸준히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만한 필요한 정보를 올리는 분들이 계신 걸 압니다.)  


동생에게 브런치를 추천받은 이후로, 열흘이 흘렀습니다.

왜인지 또, 냉큼 브런치 앱을 깔고 글을 올리기가 망설여지더라고요. 자신이 없기도 했던 거 같습니다.

열흘이 지난 늦은 오후였습니다. 앱을 깔고 작가 신청에 대한 안내를 받고 그동안 쓴 글과 자기소개와 브런치에 올리고 싶은 글 등에 대한 포부를 묻는 물음에 순간 멈칫하다 그저 내 마음을 표현했던 거 같습니다.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15년 영유아 교사, 지금은 육아휴직 중, 쌍둥이 엄마 무난한 일상의 연속이지만 나는 늘 마음이 시끄럽다. 마음에도 소리가 있다고 느낀 뒤부터 '소리'를 '종이'에 담기 시작했다. 주로 '내' 이야기를 쓰지만 '우리'의 이야기로 나아가고 싶은 꿈이 있다'


'빛으로 나아가며 어둠에 대해 고찰하고, 행복하고자 하지만 불행을 껴안고, 커다란 웃음 속에 눈물을 사랑하는 지극히 감성적인 대상과 장소와 풍경의 가치를 쫓고 매일 저녁 붉은 석양을 보는 게 꿈인 단순한 생각과 복잡한 마음을 가진 Infp 배수진입니다'


'마음으로 떨어지는 어지러운 조각들 상처, 삶 기억, 추억 등 그 모든 것들에 대해 쓰며 나를 돌보고 나를 위로하고 내 이야기가 타인 또 한 위로할 수 있다면 글을 쓰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거 같습니다. 나아가 엄마를 위한 글이 엄마에게 선물이 되고 비슷한 계절에 놓였던 엄마들을 위로할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쁠 거 같습니다.'

엄마와 내 이야기는 주로 '마음에 소리를 담아' 큰 주제에 실릴예정이고 '여행'을 통해 느낀 생각과 마음을 '결국엔 석양을 보고자'에 기록해 볼 예정입니다'




5일 뒤 브런치로부터 작가 승인 문자를 받고 그로부터 3개월이 흘렀습니다. 블로그에 써 놓았던 라오스 이야기를 끝맺고 싶어 글에 살을 붙이고 다듬기를 거듭하고, 브런치 북 응모전에 막차를 탔었습니다. 마음이 조급한 데다가 10월 마지막 주에는 교육과 자격시험까지 잡혀 있어 늦은 밤까지 브런치 북을 붙들고 있었던 게 떠오르네요. 하나의 이야기로 시작해 마침표를 찍는 글은 처음 써 본 터라 많이 부족했고 마지막 글을 쓸 때는 시간에 쫓겨 충분히 다듬지 못해 부끄러운 마음으로 응모 버튼을 소심히 눌렀습니다. 그럼에도 읽어주신 분들과 라이킷을 눌러주신 독자님, 작가님들 때문에 슬쩍 고개를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얼마 전, 브런치 북 대상 수상작인 '불행 울타리를 두르지 않는 법' 브런치 북을 읽고, '글쓰기'에 대해 궁금증을 댓글로 달면 답변을 해주겠다는 현요아 작가님의 글에 '잘' 쓴 글과, 좋은 글, 에세이를 쓸 때 중요시 여기는 부분에 대한 생각을 물었습니다. 


작가님에게 답변이 왔습니다. 


'잘 쓴 글'은 탄탄한 문장과 글이 산으로 가지 않는 확고한 주제의식으로 해석되었고요. '좋은 글'은 세상이 필요로 하는 글이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문예창작과를 다니며 등단을 준비하던 시절에는 잘 쓴 글을 원했습니다. 글을 쓴다는 행위에 무지막지한 돈이 들어간 만큼 멋진 필력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러나 에세이를 쓰면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지식 혹은 지혜 그리고 위로, 세상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얼마나 커다란 힘을 가졌는지 알게 되었어요. 
.
글쓰기에는 정답이 없어서 아,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넘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도움이 되었고, 오래 생각했습니다.


몇 번 브런치 홈 메인에 글이 올라왔을 때는 글을 쓴 이레로 처음으로 많은 조회수를 경험했습니다. 그런데 조회수만큼이나 구독자나 라이킷 수가 비례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실망하고 우울했다가 괜찮다고- 다짐했다가, 스스로의 글쓰기를 의심했다가- 복잡한 심경으로 매일 브런치의 글을 뒤적거렸습니다. 정말 소신 있게 '글쓰기'에 애정을 가지신 작가님들과 출간을 준비 중이거나 출간 이후 꾸준히 글을 쓰시는 작가님들의 열정에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습니다. 견줄 수 없는 불행 앞에 덤덤한 글들은 눈물짓게도 했고, 삶의 여정 안에서 무던히 살아낸 글들에 위로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글을 정말 잘 쓰시는 분이 왜 이렇게 많은지요. 저는 명함도 못 내밀겠더라고요. 


스스로만 보는 일기장이 아니라 하나의 플랫폼에 글을 올린다는 것은 결국은 글을 읽는 이로부터 공유와 공감을 얻는 게 우선일 테고 '글쓰기'를 통한 작가님들의 나름의 목표지점이 있겠지요. 저 또한 그렇습니다. 브런치 북 '라오스 시절에' 등장했던  j에게 이런 포부를 이야기했습니다. "광화문 교보 문고에 내 책이 베스트셀러 딱지가 붙은 걸 보고 싶어" 너무도 까마득해서 실현 가능성이 있을지 나조차도 의심스럽지만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꿈을 크게 가지라고요. 나이 마흔에 이런 꿈을 꾼답니다. 


이번 주는 제 글이 돌아가면서 브런치 홈 메인에 걸려 있었던 모양이에요.(정말 감사합니다) 그래서 며칠 사이 구독자분들이 평소보다 늘었어요. 정말 몇 백, 수천 명의 구독자를 가지고 계신 작가님들의 비해 한없이 모자란 숫자지만 한 명씩 늘 때마다 감사한 마음이 불끈 솟았다가 조심스러운 부담감도 올라왔다가 여러 감정이 한꺼번에 들더라고요.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숫잔지 모르겠습니다. '마음'을 움직인다는 건 그만큼 어려운 거니까요. 쓰면 쓸수록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건, 더 잘 쓰고 싶고 읽는 이의 마음을 헤아려 글을 통해 용기와 위로와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오롯이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일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저는 '읽기'를 통해 생생히 전달되는 소리 없이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를 사랑합니다.  


'글'을 통해 만나게 된 작가님들 독자님들 그리고 브런치 너무 반갑습니다. 


한바탕 눈이 오고 나니 또 한 해가 저물 준비를 하고, 크리스마스가 코앞입니다. 코로나가 여전한 일상이지만 각자의 자리와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크고 산들을 넘어왔을지 토닥여 주고 싶습니다. 우리는 너무도 어려운 상황에서 훌륭히 살아냈습니다. 내내 건강히 평안하시고, 글로 만나요. 


메리 크리스마스!

조금 이르지만 새해 인사도 드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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