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픈 사회복지사입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우연히 보게 된 드라마.
드라마 속 박보영 주인공을 보면서
'헉! 누가 내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었지?'
라는 생각이 강하게 스쳐 지나갔다.
나는 뼛속까지 사회복지사이다.
남을 돌보고 양보하고
희생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살아왔다.
그래야만 '나'라는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래야만 '나'라는 사람이
숨을 쉴 수 있었기 때문에...
내가 만난 직업까지도
내 존재 이유를 설명해 주듯
그렇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왔다.
내 안에 내가 텅 비어버린 느낌.
이 끝도 모를 외로움과 공허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이고
문득문득 멍하니 우두커니
얼음이 되어버릴 때도 많았다.
우울증.
사회불안장애.
공황발작.
불안정 애착.
성인 분리불안.
.
.
.
그렇다.
나는 우울증을 가진 사회복지사이다.
나는 사회불안장애를 가진 사회복지사이다.
때로는 갑작스러운 공황발작으로
나조차도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그럴만한 상황이나 이유가 있을 때면
이해라도 한다마는...
뻥 뚫린 고속도로를 운전하다가
운전대를 놓아버릴 것만 같은
불안과 공황이 찾아와서
당황스러운 적도 있다.
현실 세계와 분리되는 느낌은
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를 만큼
엉뚱하고 이상했다.
나의 이런 아픔들을
서른아홉, 마흔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그렇구나.
내가 아팠던 거였구나.
그래서
내가 사회복지사로
15년을 넘게 만나온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어려움들이 있었구나.
사회복지사로 만나는 대상자들을
'클라이언트' 또는 '고객'이라 부른다.
도움을 주는,
도움을 주어야만 하는 '사회복지사'가
이런 아픔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고
드러내기는 더더욱 쪽팔렸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이제는 나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나도 누군가의 위로와 사랑이
필요한 연약한 사람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드라마 속 '서완님'과 같이
수많은 상처와 인생의 좌절 가운데
매일을 죽음과 삶의 경계를 오가며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난 그런 원 가족 안에 살아왔었고
나의 인생 전체를 서완님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 속에서
따뜻함도 느끼고
소속감도 느끼고
변화의 기쁨도 느끼고
사랑도 느꼈다.
중재자님처럼
오히려 나의 행동이 독이 되어
내가 칼에 찔리는 경험도 많았다.
내가 아플 때는 잘 몰랐다.
보이지 않았다.
그저 잘 대해주는 것이
그러 최선을 다해 섬기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라 여겼다.
그런데 그것은
내가 건강할 때 가능한 것이었다.
내가 아픈 상태에서
또 다른 아픈 사람에게
사랑을 준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아직까지도 내가 사회복지사로 살아오면서
만났던 '서완님'들과의 관계 속에
남은 아픔과 흔적들로 힘들 때가 있다.
아물지 않은 상처이지만
또 그럭저럭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딱지가 앉고
보이지 않지만 그 속에서
새 살이 돋고 있으리라...
나는 나의 아픈 내면을 돌보기로 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전혀 모르고 살아왔는데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나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잘 그리지는 못하지만...
마음을 토해낼 수 있는 안전장치이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아무도 평가하지 않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행위 자체만으로
기분이 좋다.
두 아이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살아가며
나의 아픔들을
다 내비칠 수는 없다.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며
나를 돌아보고
멍 때리는 시간이 참 소중하다.
오늘도 1일 1 그림 & 1 글을
도전한 나를 칭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