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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Feb 14. 2024

띠동갑 남자와 사는 이야기

때론 쉼표가 필요해


결혼 빨리할 거라는 여자와, 결혼 안 하던지 해도 아주 어린 여자랑 결혼할 거라던 남자. 그 여자와 남자가 만났다.


남자가 띠동갑 차이의 어린 여자와 결혼했다 하면 주변에서 우스갯소리로 도둑놈이라고 말하는 걸 종종 듣기도 하는데 유독 황남편은 그 소리를 상당히 안 좋아했고 지금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인정을 절대 하지 않는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왜냐하면 본인이 나를 막 따라다녔다거나 혼자서 강하게 밀어붙여서 한 결혼한 것이 아니니까 그런 뉘앙스로 말한다는 것인데 처음엔 서운했다.

사람들 앞에서 그냥 그런 식으로 유연하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을 아주 바득바득 아니라고 말하는 모습이 말이다.


얼마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이젠 서운한 감정을 떠나 옆에 있는 나를 두고 부정하는 거 같아 상당히 민망하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그날은 집에 와서 한마디 날렸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그런 줄 몰랐다며 안 그러겠다고 그랬지만 상한 기분이 다시 좋아지진 않았다.


그래서 이젠 오히려 내가 설레발을 친다.

누군가 그런 이야기할 때면 내가 좋아서 쫓아다녔다고  내가 결혼하자고 애걸복걸했고 지금도 내가 더 좋아한다고 말이다. 그렇게 말하곤 황남편의 얼굴을 쓱 보면 싫어하는 눈치도 아닌 듯싶고 물어보는 상대방도 더 이상 이야기 하지 않고 그냥 웃어 넘기 니 피차 너도 나도 불편한 상황을 모면할 수 있는 아주 지혜로운 방법이다.

(스스로에게 지혜롭다고 말하는 저.. 어떤데요)


결혼생활, 쉽지 않았고 결혼 10년 차가 된 지금도 물론 쉽지 않다. 그렇지만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우린 제법 서로에게 많은 적응을 한 터라 이제 조금은 좋은 방향을 찾아 잘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솔직히 처음엔 그까짓 12살 차이가 뭔데???!!

뭐가 많이 난다는 거야?!

살면서도 차이를  못 느끼겠는걸?! 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았었는데 그렇게 느낄 수 있었던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그건 내가 너무 어려서 뭘 몰라서 가질 수 있었던 마음이었다


지금도 황남편에 비하면 어리지만, 이만큼 성장하면서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세월의 경험치와 내공을 알게 되면서 그만큼 황남편은 나에게 엄청난 큰 사람으로 느껴졌다.


유난히 감정 기복이 심하고 감정 소화하는 것도 버거워하는 나를 황남편은 그 내공으로 흔들리지 않고 버텨주며 담아주고 있었고 황남편의 경험치는 나를 무엇보다 강하게 잡아줌으써 내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고  앞으로도 버텨갈 수 있다는 희망을 듬뿍 주었다.


며칠 전, 연휴 중 하루였다.

어디선가 뒤틀린 나의 감정의 날은 또다시 황남편에게 뻗어갔지만 역시나 그는 참 잘 받아주었다.

그럼에도 지속된 나의 꼬장?으로 인해 참고 참던 황남편은 아무 말 없이 침실로 들어갔다.


다음날 아침, 나는 마음속으로 이 싸움? 일주일은 가겠구나 생각했는데 내 예상을 저버리고 황남편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여느 때와 같이 나에게 말을 걸며 똑같이 대하고 있었다.


보통 같으면 둘 사이에 묘하게 흐르고 있는 감정을 말하지 않고 모르는 척 못 버티는 성격이라서 꼭 끄집어내어 말로 풀어야 하는 하지만, 이번에는 뭔가 생각이 달랐다


아무리 지지고 볶는 사이가 부부라지만 이런 사이일수록 서로에게 때론 쉬어가는 쉼표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솔직히 지금도 내가 더 좋아한다는 것이 조금은 억울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런들 저런들 나는 이 남자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면서 황남편에게 심하게 꼬장꼬장을 부렸더니 조금 겁이 났다. 이러다가 덜컥 이 남자가 갑자기 날 포기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절대 꼬장 부리지 말고자 다짐하며 정신이 번쩍 들었지만 아직도 사실 두렵다.


나의 감정은 점점 커지는데  반대로 나를 점점 싫어하면 어떡하지... 다들 그렇겠지만 나 또한, 이 가정이 너무나도 소중하고 절대 이 가정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가득하다


맞다.. 나만 잘하면 된다. 나만 고집부리지 말고 어설프게 감정 풀어대지 말고 내가 더욱 현명하게 행동하면 되는 것이다. 알고 있다.


각자 가정의 모습은 다 다르겠지만 띠동갑 차이 나는 우리의 모습은 이러하다. 일 년에 두 번? 세 번? 정도 싸울까 말까 하지만 더욱 안 싸우기 위해 보이지 않는 선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어린 내가 조금은 까불어 선이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 들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상대방은 그 선을 굳건히 딱 잡고 눌러주고 있어 가끔 튕기기만 할 뿐 흔들리진 않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냥 나의 오락가락하는 마음을 무한으로? 이해해주고 있는 황남편을 생각해 보니 너무 고맙고도 미안하여 우리가 함께 살아왔던 나날들을 돌아보던 중  문득-

아, 이래서 10 주년 되면 리마인드웨딩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그렇다.. 이쯤 되니 마음속 이유 모를

싱숭생숭함이 피어오르니 리마인드 해서 새롭게 재정비해또 다른 마음으로 새롭게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뜻밖의 결론이 리마인드 웨딩을 해야겠구나로 끝날뻔했지만 그것이 아닌, 부부 사이에도 서로에게 숨 쉴 수 있는 쉼표의 텀이 필요하다는 것 그 쉼표의 중요성이 참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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