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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Feb 15. 2024

보통의 날

제일 소중한 나날들

전날 황남편과 마신 음주의 여파로 인해 원래 일어나야 하는 오전 6시 30분 알람은 가뿐히 제치고 그다음 알람 7시를 알리는 소리에 눈을 겨우 떠보지만 도저히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시간에 쫓겨 허둥지둥 준비해야 한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기에 개운치 않은 몸을 억지로 일으켜 본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침 루틴.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거운 몸뚱이를 끌고 곧장 딸의 방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


세상 곤히 자고 있는 아이의 얼굴에선 아무런 걱정, 고민 따위 없어 보인다. 그 평화로움을 잠시나마 느끼고 싶어 딸아이옆에 누워 얼굴을 몇 차례 쓰다듬어 본다.

그럼 기다렸다는 듯 하품을 하며 부스스 눈을 비비며 빠르게 일어나는 딸아이. 평화가 깨지는 순간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유독 바쁜 아침 시간, 알게 모르게 우리는 서로 해야 할 일들을 잘 해내고 있다.

그리고 출근,  다시 빠르게 이어지는  반복의 일상들


퇴근, 다시 녹초가 된 몸을 끌고 집으로 돌아온다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친 상태, 이런 나를 끌어올려주는 건

아이들뿐이라는 게 참 신기하고 대단하다고 느끼며 감사한 존재라고 매번 되새기지만  그 감정도 잠시 치열한 2차 전이시작된다


다시 집으로 출근한 기분을 느끼며 부지런히 아이들의 저녁밥을 차려준 뒤 얼른 먹으라는 잔소리를 몇 번은 해대야 끝나는 저녁식사 시간. 그건 시작의 불과하다.  

바로 이어지는 숙제 시간. 그동안 나는 매일 하는 집안일을 시작해야 하고 그러고 나야 대충 정리가 되어가는 집

부지런히 마치고 황남매 잘 준비를 시작한다


항상 자기 전엔 의식처럼 아들의 드림렌즈를 껴준다.

그럼 당연하단 듯 자신들의 방으로 들어가 눕는 아이들.

얼마 뒤  아이들 잠자는 숨소리에 맞춰 그제야 나도 한숨 돌린다. 어떠한 이벤트 따윈 없는 매일 같은 이러한 일상들

 

예전엔 매일이 재밌길 바라며 새롭고 특별한 일이 있어야만 그날이 행복한 거라 생각했고 거기에 큰 의미를 두고 살았다면 이젠 소소하고 보통의 나날들이 제일 일어나기 어렵다는 걸 알아버려서 이런 보통의 날이 참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이다.


오늘도 이렇게 누워 눈을 감고 나면 나는 또 새로운 아침을 알리는 알람 소리에 눈을 뜰 것이다.

어떠한 이벤트 없이 평범하고 매일 같은 일상을 꿈꾸며 뭉그적뭉그적 딸아이를 찾아가면서 시작되겠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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