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말은

힐링 그 자체,

by 은조


우리의 토요일은 특별한 일정이 없는 이상 웬만하면 황남매를 위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박물관을 가든 아쿠아리움을 가든 실내놀이터를 가든 말이다. 그래서 이번주도 역시 뭘 하고 놀까 생각하다가 재미있는 영화가 있다는 기사를 접해 처음으로 2시간 정도 상영하는 영화를 보기로 예약했고 영화관을 다녀왔다


예약하기 전에도 하고 나서도 나의 걱정은 과연 딸아이가

그 시간을 버텨줄 것인가.. 많이 걱정이 돼서 전날부터 일어날 수 있는 상황, 느낄 수 있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고 또 해준 뒤 갔다. 역시나 쉽지 않았지만 나름 잘 견뎌내고 있었다.


그러나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른다는 것이 정말 맞는 말인 게

전혀 예상치 못한 아들의 돌발 상황으로 우린 상영한 지 1시간 만에 나와야 했다.


전날부터 아들의 컨디션이 좋진 않았지만 영화를 못 볼 정도는 아니었기에 아들의 돌발이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나와서 아들에게 이유를 들어보니 몸이 아픈 건 아니었고 상영 전부터 갑자기 순식간에 많이 먹은 팝콘으로 인해 속이 좋지 않아 버티기 힘들었다고 했다. 조금 많이 아쉽긴 했지만 그만하길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영화관을 빠져나왔다.


아들은 다행히도 밖으로 나와 선선한 공기를 쐬니 금방 진정되었다. 그래서 원래 영화 끝나고 밥을 먹을 계획이 있었던 우리는 예정대로 밥을 먹고 들어가기로 했고 적당한 곳을 찾던 중 초밥이 먹고 싶다는 아들 이야기에 자주 먹으러 가던

초밥집으로 향했다.


컨디션이 최상은 아닌지라 편한 의자에 앉고 싶다고 했던 아들, 매장에 들어가 보니 딱 하나의 테이블만 비어 있었고 무심결에 앉고 보니 너무 편안하고 좋은 자리였던 것이다.

아들이 너무 편하다고 하니 내 마음도 편해졌고, 조금 늦게 들어온 황남편도 우리가 앉은 걸 보더니 어떻게 이렇게 좋은 자리에 앉았냐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내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


그렇게 우리는 거한 한상차림으로 너무나도 맛있게 먹고

택시를 타고 편안히 그리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요즘 우리의 일요일은, 결혼하면서부터 가지 않았던 교회를 다시 나가기 시작했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나 혼자가 아닌 두 아이들과 남편과 함께라 더욱 좋은 시간들이다.


물론 아직까진 상황에 많이 휘둘리며 나가는 중이지만 어느 순간 교회를 혼자만의 타협으로 나가지 않으면 괜히 불편한 감정이 건드려져 일주일 시작부터 좋지 않은 기분이 따라와 평탄치 않아 스스로를 위해 열심히 나가고자 하고 있다.


이번주엔 아들이 컨디션이 안 좋아 못 갔지만 황남편과 나, 딸 이렇게 셋이 다녀왔고 역시나 이렇게 함께 한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신나고 신났다.


거기다 예배가 끝난 후 몇 주 전?부터 너무나도 먹고 싶었던 주꾸미도 포장해 올 수 있어서 더욱 기분이 좋았다.


주꾸미를 사러 용두동을 가는데, 나와 같이 가던 길이 아닌 새롭게 이쪽저쪽 길로 가던 황남편이 나에게 말했다


- 하도 주꾸미 심부름을 많이 다녀서 새로운 길을 알아냈다고 네비를 보지 않아도 잘 다닌다고 (상당히 길치인데...)


그 이야기를 듣는데 조금 민망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기쁜 마음으로 나를 위해 희생해 주는 황남편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무사히 주꾸미를 사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커피를 한 잔 먹고 싶었지만 커피 매장 앞에 차 대기가 마땅치 않을 거 같아 말하기를 망설이다 은근슬쩍 내 마음을 살며시 이야기했더니 너무나 흔쾌히 알겠다고 해주는 황남편 덕분에 맛있는 커피까지 사서 집에 도착했다.


원래의 일상, 다시 나의 집안일은 시작되었지만 정말 너무 기분 좋게 너무 행복한 마음을 가지고 할 수 있었고 마음 상태가 상황에 크게 작용하여 기쁜 마음으로 정리를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 티브이 프로그램도 보는 족족 하나같이 재밌었으며 함께 먹는 주꾸미와 맥주는 환상적이었고 우리 둘의 이야기는 지속되었으며 그 안에서 행복함이 넘치는 힐링 속 하루를 마무리했다.

우리의 주말이 매일 이런 힐링만 있음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이런들 저런들 함께 할 수 있는 자체가 행복이라는 걸 잊지 말고 지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