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졸업식

특별히 특별한 하루

by 은조

드디어 2월의 모든 크고 작은 일정이 끝났다.

큰 일정 중 하나였던 우리 딸아이의 7세 졸업식을 끝으로 말이다. 한 곳에서 4년간 다닌 후 졸업이고 아들 때는 코로나로 인해 졸업식을 하지 않았기에 이번 졸업식이 유독 더 기다려졌지만 기다려지는 만큼 아쉬움이 크게 다가오기도 했다


졸업식 하루 전, 출근으로 딸아이의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할머니가 미안하고 아쉽다며 예쁜 꽃다발을 사다 주셨다.

그 꽃다발을 보고 있자니 정말 마지막의 순간이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당일 아침, 황남편이 딸아이를 먼저 데려다주었다.

오전 10시 30까지 가야 하는 나는 준비하는 내내 뭔가의 떨림이 지속됐고 보통 때 같으면 미리미리 준비해서 빠르게 갔을 텐데 이 날따라 유독 서두를 마음이 생기지 않고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도착해 보니 이미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다 도착해 있었고

자리가 비어있던 뒷자리에 앉아있는데 기관 선생님께서 딱딱한 느낌의 물건이 담긴 큰 가방을 건네주셨다.


받아서 펼쳐보니 졸업앨범이었고 그 안엔 내가 기대하고 기다리던 딸아이의 한자 8급 시험 수험표와 최우상이라는 글자가 쓰여있는 상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 한자 시험을 준비한다고 나름 열심히 외우고 외우던 딸아이의 노력이 헛되지 않은 거 같아 내 기분도 너무 좋아졌다.


그렇게 기분 좋음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순간 졸업식의 주인공들인 아이들이 한 명씩 한 명씩 줄지어 들어왔고 무대 위로 올라가 앉았다.


가나다 순으로 앉은 터라 황 씨인 우리 딸은 맨 뒤에 앉아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아이들 사이로 살짝씩 보이는 딸아이는 미소를 한그득 머금고 있었고 행복함을 볼 수 있었다.


황남편과 나는 앞사람들의 뒤통수로 시야가 가려졌지만

어떻게든 사이사이로 조금이나마 그 미소를 보겠다고 고개를 위로 뺐다가 양 옆으로 빼꼼 돌리며 움직이기 바빴다.


그리고 이어지는 선생님들의 편지, 담임 선생님께서 차마 본인은 차마 읽을 수 없다는 말과 동시에 내 눈에도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고 다른 반 선생님께서 읽으셨지만 두문장이 넘어가기도 채 울먹이는 소리에 거기서 내 눈물도 같이 터졌다.


황남편은 아들에게 엄마 우는 거냐고, 엄마 졸업식이냐며 분위기를 돌려줘서 나는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아이들의 상장 수여식이 시작되고 모든 아이들이 하나씩 다 받았지만 우리 딸은 대표로도 나가고 본인 상 받으려도 나가며 3번씩이나 왔다 갔다 하는 모습에 사실 큰 의미 없는 상이라는 걸 알면서도 대표라는 이야기가 싫지 않았다. 아니 싫지 않은 게 아니라 너무 좋아 양쪽 광대뼈가 올라갈 대로 올라갔다.


다시 텐션이 올라가며 눈물샘도 말라갔고 거의 졸업식의

마지막을 달려가는데 이어진 아이들의 노래.

와,, 잔잔하고 듣고만 있어도 위로가 되는 멜로디와 아이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데,,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내 눈물은 홍수가 되어 터져 버렸다.


그렇게 웃다가 울다가 울다가의 반복이었던 아쉬웠던 졸업식이 끝이 나고, 선생님들께 마지막 감사인사를 드린 뒤 포토존에서 사진 빠르게 찍고 빠르게 빠져나와 빠르게 버스를 타고 빠르게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점심의 메뉴는, 당연히 중식으로!! 졸업식엔 짜장면!!

동네에서 제일 맛있는 우리의 단골집인 중식당으로 갔다.

시간이 점심시간과 맞물려 조금 기다림이 길었지만 그 또한 우리들의 회포를 풀기 딱 좋은 시간이었고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지만 여운과 먹먹함이 쉽게 사라지진 않았지만 이젠 정말 끝났다는 해방감이 나쁘지 않았다.


제일 먼저 나온 탕수육부터 먹고 있으니 곧이어 짜장면과 짬뽕이 나왔고 우리는 금세 뚝딱! 깨끗하게 다 먹었다.

황남편은 일하러 가고 황남매와 나는 다이소에 가서 본인들이 사고 싶다는 거 사주고 서점 가서 책도 사준뒤 다음일정인학원 가기 전까지 있고자 카페에 갔고, 음료를 시켜 마시다가 문득 황남매를 모습을 봤는데 딱! 그 순간이 미치도록 행복한 것이다.


그 행복감을 간직으로만 끝낼 수 없었는지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너무 행복하다고-


완벽히, 그리고 무사히 졸업식도 끝났고 맛있는 음식도 먹었으며 사고 싶은 걸 사줄 수 있음에-

카페에 앉아 맛있는 음료를 함께 마시며 이렇게 서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그 순간이 지나가는 것이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행복하고 아까웠다.


그 순간 오늘 하루를 더 특별하게 보내고 싶다는 욕심이 들기도 했지만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고 황남매를 평소처럼 학원에 보냈다. 그래도 좋았던 건 내가 쉬는 날이라 아이들 학원에 데려다줄 수 있었고 데리고 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먼저 피아노 수업이 끝난 딸아이와 함께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피아노 수업 중인 아들을 데리러 갔는데 아직 레슨이 남은 것- 딸아이와 학원 앞에서 기다리다 근처에 있는 놀이터에서 놀고 싶다는 딸의 이야기에 함께 놀이터로 가 그네 타는걸 조금 지켜보고 있으니 아들이 왔고 우리는 다 같이 집으로 갔다.


집을 오전에 싹 정리해 둔 터라 황남매 저녁밥을 차려주고 여유 있게 옆에 앉아 셋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감사한 저녁시간을 보낸 뒤 조금 놀다 마무리 책을 읽고 황남매는 잠자리로 들어갔고 피곤했는지 금세 잠에 들었다.


나 또한 몸은 피곤함이 가득했지만 기분은 날아갈 듯 뿌듯했다. 한숨 돌리고 그제야 정신없어 잘 보지 못했던 딸아이의 졸업식 사진을 보기 위해 핸드폰 속 앨범을 눌러 들어가 보니 아침에 딸아이가 나가기 전부터, 졸업식 시작 전 그리고 중식집, 카페, 놀이터 등등 우리의 하루가 담긴 사진들을 쭉 보게 있자니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순간들이 특별히 특별한 하루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