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느끼리라

by 은조

날밤을 의도치 않게 새우고 의도치 않게 쓰는 글-

옆에서 남편은 술에 노곤함에 젖어 드르렁 얕은 코를 골고 있다. 차라리 그 소리가 대놓고 귀에 거슬리게 컸다면 팔을 한 대 때리거라 그걸로 안되면 이마를 한대 치며 멈추게 하면 되는데 애매함에 한숨을 푹 쉬며 눈을 뜨니 새벽 6시 8분이다.


출근하기 위해 맞춰둔 알람은 21분 뒤에 울릴 텐데 오늘은 토요일이라 조금 더 잘 생각이었는데 그 계획은 남편이 다 망쳐버렸다. 내편이 아니라 진짜 지금 만큼은 남의 편이다

아주 그냥


금요일 저녁이면 남편과 보통 맥주 한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데 12시가 돼야 퇴근하는 남편을 기다리는 일은 나에겐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하루의 마지막을 함께하고 싶고 대화하고 싶으니 기다리는 거였는데 어제저녁엔 10시쯤 잠이 들고 말았다.


이런 게 여자의 직감일까? 그 시간엔 깨지도 않는데 순간 눈이 팍 떠졌고 옆을 보니 남편이 없고 아직 퇴근 시간이 안 됐나? 하고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30분-


핸드폰엔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화가 날까? 안 날까? 이런 적이 처음도 아니라 더 화가 났고 안 그러겠다고 했으면서 또 그런 것에 화가 났고 연락도 안 해놓고 내가 자니까 이때다 싶어 노는 것에, 또 반대로 만약 내가 이렇게 행동했다면? 본인은 어떻게 대처했을지? 어이가 없었다.


분노의 문자를 두 개 보냈지만 핸드폰을 볼 여유 따위 없이 신나게 노는지 연락이 오지 않아 참다 참다 전화를 걸니 바로 받는 전화. 그 건너에는 전에도 같이 놀던 그 지인의 목소리-

쌍욕이 나올 거 같아 전화를 끊었다. 미안하다는 남편의 문자

진심으로 와닿지 않았다.


그 후 1시간이 지났다. 그럼 보통 양심이 있는 인간이라면 진심으로 미안했다면 와야 하지 않나? 오지 않았다. 괘씸하고 억울했다. 부부의 선을 지키려고 혼자 애썼던 것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며 억울하고 엄마가 보고 싶어 졌다.


다시 문자를 보냈다. 역시 말해봐야 소용없다. 본인이 똑같이 내가 겪은 상황과 감정을 반드시 느낄 그날이 올 것이라고-


그 후에도 2시간은 지나고 집에 온 거 같다. 더 짜증이 나는 건

남편이 집에 오지 않으니 3시 넘어 깼을 때부터 다시 잠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지 않아도 그냥 자면 되는 거였는데 뭐가 그렇게 걱정된다고 뭐가 불안하다고 내내 뜬눈으로 새벽을 보낸 건지-


나는 이렇게 깨워놓고 드르렁 잠을 자는 남편이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낮에 남편 일하는 곳에서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와서 그런가 보다. 안쓰러운 마음에-


열받아 반대쪽으로 돌려 누운 내 뒷모습을 보며 불편하겠다며 잠은 편하게 하고 자라는 남편의 말에 손이나 치우라고 너 때문에 잠 하나도 못 잤다고 막 몰아처 버렸다. 그래도 속이 시원하지 않다.


하, 이제 곧 6분 뒤면 알람이 울리테고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거 보니 벌써 우리 아들은 일어난 거 같다. 아침은 떡만둣국을 해달라고 했으니 맛있게 끓여줘야지.


이런 기분으로 출근을 해야 하고 이런 감정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하는데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하니..... 제일 어렵지만 노력하는 하루가 되어야지.


남편아 제발 평소에 백점으로 너무 잘하다가 이런 한순간에 만점으로 깎아먹지 마라 제발 부디 제발 좀!!!!!!!!!!!!

근데 이 말은 진심이다. 반드시 느끼게 될 그날이 올 것이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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