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E SPEECH Mar 11. 2021

솔직히 선생님 마음이 어떻냐면요


"그거 하면 안 되는데"

"응? 뭘 하면 안 되는데?"

"엄마가 의자 끌지 말랬는데"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수업 중에 갑자기 꺼낸 말이다. 워낙 소극적이라서 수업시간에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아이가 불쑥 꺼낸 말이라  집중하게 됐다. 내가 수업자료를 가지러 잠깐 일어나면서 의자 끌리는 소리가  크게 났다보다. 의자 다리에 커버를 씌워놓았지만 그래도 종종 소리가 나긴 한다.   마디에  많은 생각이 스쳤다. 아이가 틀린 말을  것은 아니다. 의자를 끌면 아래층이 시끄러울 테고 집에서 종종 그런 잔소리를 들어왔을 테니 아이에게는  지켜야  규칙 같은 것을 내게 알려주려고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와의 대화 보면 누가 어른이고 누가 아이인지  수가 없다.


존댓말을 사용하지 않는 아이들을 보면.. 솔직히 선생님 마음이 어떻냐면.. 먼저 당황스럽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말을 예쁘게 하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는 서로 비교가 된다. 말을 예쁘게 하는 아이에게 나도 더 상냥하게 대화를 건네게 된다. 선생님도 사람이다. 내가 아이들 교육을 하지 않을 때는 선생님이란 존재는 무조건 공평할 줄 알았다. 부모가 되기 전에도 부모의 자식을 향한 사랑은 아이가 하나든 열이든 다 공평한 줄 알았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보니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어른도 사람이다. 예쁘게 말하는 아이가 더 예뻐 보이는 법. 우리 아이가 예쁨 받기를 원한다면 먼저 예쁘게 말하는 방법을 가르쳤으면 좋겠다.


존댓말을 사용하지 않는 친구들을 보면 대화를 종종 ~인데.. ~하는데..로 끝맺음하는 경우가 많다. 소극적인 아이들의 특징이기도 하고, 존댓말 교육을 받지 못한 아이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요즘은 엄마 아빠와 친구처럼 지내는 아이들이 많다 보니 존댓말이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이 부분은 가정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스피치 수업이기는하지만 '아이에게 존댓말을 가르쳐주었다' 또는 '가정에서 지도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은 '가정교육'과 연관 지어 생각하면 불쾌하게 느낄 수도 있어 꺼내기 어려운 말이다. 때문에 우리 아이가 주변 어른들에게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부모가 먼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피치 수업 중 한 가지 커리큘럼을 소개하겠다. '자유 스피치' 수업으로 본인이 하고자 하는 말을 기-승-전-결에 맞춰 이야기하거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하고 이야기의 목적을 드러내며 이야기의 끝맺음까지 하는 스피치 방법이다. 사실 이런 건 어른들에게도 어려운 훈련이다. 보통은 말을 하다 보면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이러한 훈련은 꾸준히 해야 효과가 있다. 아이가 말을 끝까지 하지 않고 중간에 얼버무린다면 가정에서도 말을 끝까지 정확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자신의 스피치에 자신감이 생길 때까지 말이다.


존댓말도 마찬가지로 가정에서의 지도가 가장 중요하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보면 초등 1, 2학년의 경우 존댓말을 하지 않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입학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해보지만 겨우 다섯살인 우리 아이도 선생님이나 다른 어른들에게는 존댓말을 사용한다. 주변 지인의 아이들도 '이모'인 나에게 반말을 한적은 없었다. 이 아이들은 혼자서 존댓말을 배웠을까? 어른을 공경하는 방법도? 해답은 부모에게 있다. 사실 솔직한 선생님 마음은.. 모든 아이들이 사랑 받았으면 좋겠다. 모든 아이들을 사랑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 아이 발음이 이상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